세상은 좁고 인생은 길고
요즘 과학 기술의 발달과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 역시 늘어나고 있다. ‘나이 60’이면 정년이라며 은퇴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아직도 한창 일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는 상태다. 따라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은퇴 후에도 일정한 기간까지는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정년 이후에도 더 일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이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소일거리라도 있어야 한다. 그도 아니면 심신을 단련할 여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적당한 여가 활동은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재충전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일부에서는 이런 여가 활동이 비경제적이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건전한 여가활동은 비경제적 이유를 넘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경제활동에 버금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취미활동을 한다고 비용을 들이는 것이 비경제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건강유지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온다. 단편적인 예로 암을 예방하는 동호회가 있다고 하자, 이때 동호회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은 암이 발병하여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하여 경제 활동에 준한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이러한 취지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여가 활동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운동에서 보면 탁구나 춤, 당구, 등산, 마라톤 등이 있으며, 문학 예술부분으로 보아도 시나 수필을 쓰고, 독서, 합창, 그림그리기, 악기연주, 사진촬영 등이 있다. 또 취미활동으로는 바둑과 꽃꽂이, 수예, 마술, 자원봉사 등 아주 다양하게 권장되고 있다. 심지어 시니어 영화제작도 등장하는 정도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아주 건전하며 진취적인 여가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건강과 그에 상응하는 사전적 비용이 수반되어야 함도 알고 있다. 말하자면 여가도 환경과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은행이 OECD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상위 10% 가구가 얻은 평균 소득은 하위 10% 가구의 10.5배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특별한 부자가 아니더라도, 소득이 많은 사람은 소득이 적은 사람에 비해 그 상대적 여유가 많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반대로 저소득층 혹은 빈곤층은 아직도 여가를 활용할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가끔씩 눈에 띈다. 아직도 많은 노인들은 여가를 즐기기보다는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위 소득층은 별도로 말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굳이 여가 활동이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여가 활동으로 인하여 얻을 효과를 이미 누리고 있는 계산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3년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평균 기대 수명은 80.8세이며, 2040년에는 86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인구의 고령화율 역시 2010년 11%에서 2040년에 32.9%로 상승한다고 보았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여가를 선용하는 것은 좋으나, 부의 편중으로 인하여 긴 여정을 고통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옛 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어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복지 선진 국가에서는 국민적 가난 즉 극빈층에 대한 노인 보호는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가난을 나랏님이 구제해준 것이다.
우리에게는 기대수명의 증가와 함께 여가 활동의 권장도 중요하지만, 저소득층에게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살피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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