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렌터카의 뒷담화
문학회에서는 해마다 문학기행을 나서는데, 년 한두 번 하는 것을 대체로 선호한다. 정기총회를 실내에서 하는 것이 있고, 문학회연합회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거론된 내용은 제주를 탐방하는 문학 기행이었다. 제주대학교 교수를 주 강사로 초청하였고, 자유토론과 질문응답으로 이어졌다. 그 후 강의 내용에 나온 곳을 선정하면서 자유여행도 추가하였다. 내가 소속된 문학회는 20명이 참석하였으니 한 팀으로 이루어졌다.
여행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우리는 선박으로 이동하였으며, 항구에 도착하면 25인승 버스가 전 코스를 안내하기로 하였다. 제주에 사전답사가 정답이겠지만 그것이 육지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이 제주에 거주하는 회원이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차량 섭외부터 여행하는 코스를 추천하는가 하면 먹을 음식과 식당을 고르는 조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참가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필요한 비용을 담당하였다. 즉석에서 결정된 비용을 갹출하였으며, 가는 데부터 오는 것까지 지불하며 마감 후 정산하고 현지에서 공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단 10원이라도 남겼다가 개인별로 환급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다보니 복잡하고 어려운 처지였다. 하는 일마다 신경 쓰는 것에 골치가 지끈지끈했다.
제주에서의 일정을 마치면 버스 비용을 정산하는 절차가 남는다. 그전에 한 코스를 남긴 시점에서 나는 버스 기사에게 얼마나 지불하면 되겠느냐고 1차 확인하였다. 돌아온 답은 알아서 달라는 말이었다.
그런가? 하다가 제주에서 버스와 코스를 섭외한 회원에게 얼마나 주면 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역시나 돌아온 답은 알라서 주라는 말이었다. 그런가? 싶어서 회원 중 육지팀의 주 리더에게 얼마나 주면 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역시나 돌아온 답은 알아서 주라는 말이었다.
당일 회계담당자인 나에게 그렇게 강조하는 터이니 정말 난감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렌터카 업체와 계약한 것이 아니라 친한 사이로 그저 봉사한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연료비와 그리고 봉사료 5만원으로 정했다.
마지막 코스를 마친 후 기사에게 얼마나 주면 되겠느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친절한 기사님은 알아서 주라는 말을 하였다. 나는 연료비 25만원과 수고료 5만을 전달하였다. 기사는 한참이나 악수를 하는 듯 받을 둥 말 둥 하다가 떠밀려 받는 표정이었다. 선박에 오르기 전 벌써 빗발이 쳐 올라왔다. 제주 섭외담당자 왈! ‘그게 말이 되냐? 중간에 있는 내가 어떻게 뒷감당하라고?’ 나는 혼잣말을 하였다. ‘그런데 나는 나하고 상의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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