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꼬부랑 반찬 맛

꿈꾸는 세상살이 2020. 10. 6. 09:39

꼬부랑 반찬 맛

 

친구들과 함께 노래 연습을 하다가 밥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다. 식당까지 걸어서 3분 정도? 정말 가깝다. 우리가 연습하면 자주 가는 곳이다. 물론 30개 정도의 팀이 있어서 언제든지 가는 곳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주로 추어탕이나 닭도리탕이지만 기본은 백반 정식이었고, 버섯탕 등 유사 식단으로 진행한다. 그날도 추어탕을 주문하였는데, 기본 반찬이 즐비하다. 버섯무침, 콩나물무침, 김치, 상추겉절이, 콩조림, 가지나물 등 먹을 만한 것들이 등장했다.

주된 밥의 부산물이라 먼저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문제다. 20명 이상 모여서 누구든지 젓가락을 용감하게 들지도 못했다. 빈손으로 젓가락과 숟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눈으로만 감상하다가, 눈에 들어올까 말까 하는 불청객이 들어왔다.

큰 눈을 뜨고 살펴보았다. 아까는 분명 보였는데 보일 듯 말 듯한 불청객이었다. 젓가락을 들고 헤집어보았다. 앞뒤, 위아래를 이잡듯 뒤집어보았다. ‘여기 있다! 찾았다하니 친구들이 고개를 쳐다보았다. 무엇을 발견하였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내 앞에 있었던 그릇에서 발견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안 보였음이 확실하다.

젓가락으로 들춰 보이면서 확인사살을 했다. 친구들도 이제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돌렸다. 주위 때문에 심봤다!’ 하는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나는 뭐라고 큰소리를 칠까 고민하다가, 그저 조용히 식탁에 놓고 휴지로 덮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본 친구 왈, ‘먹을 거야? 그냥 가!’ 하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주메뉴가 도착하지 않자 괜한 짜증이 났다. ‘사장님!’ 하고 불렀다. 대답도 없고 오지도 않았다. 나는 작게 불러서 못 들었나 하며 크게 사장님!’ 하고 불렀다. 또 대답도 없었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고개를 들어 유심히 살펴보니 왔다 갔다 바쁘게 다니는 분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손님에게는 왜 유난히 시중을 드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화가 나서 사장님!!’ 하고 버럭 질렀다.

이제 사장인지 종업원인지 모르지만 찾아왔다. 와서도 두리번거렸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고.

누가 불렀는지 소리가 나면 즉시 고개를 들어 표정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저 귀로 듣기만 하고 눈으로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실토를 하였다. 20명 이상인 손님은 나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두 명이 앉은 팀은 즉각 나갈 것 때문에 그랬었다고 실토하였다.

그렇다 치고, 식탁에 덮은 휴지를 들춰 보여주었다. 그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덥썩 집어가려고 노렸다. 내가 손을 뿌리치면서 이게 뭐요?’ 하며 역정을 냈다. 또 반응이 없었다. 나도 화가 나자 이게 뭐냐고요? 몰라요?’ 버럭 질렀다. 그 사이 다른 팀에서 호출하자 다시 다른 팀으로 가버렸다. 순간 나는 머리가 텅 비었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서 식당을 떠났다. 체면상, 문을 닫기 전에 일행에게 나 먼저 갑니다하며 굶고 나갔다.

오늘이 저녁 헌신예배인데 무슨 말이 있겠느냐. 꼬부랑 털 반찬이든 탄 밥이든 감사할 뿐 아니냐? 그 뒤로 같은 선교회원들에 할 말이 남아있을 뿐이겠냐? 나에게 위로하거나 두둔하는 교인도 없었다. 안 먹은 맛이 씁쓸했었다. 그리고 소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