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잡다한 무엇들

여름철 음식들

꿈꾸는 세상살이 2006. 7. 19. 15:13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음식들 / 한 호철


여름에는 주변의 기온과 체내의 온도가 합쳐져서 쉽게 피로하고 더위를 먹을 수도 있다. 환경이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그 나름대로는 이겨나가는 대처 방법도 있다. 물론 모든 음식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름철 식물은 여름을 이기려는 준비가 되어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보리

여름의 대표적 음식중 하나로 보리밥이 있는데, 보리는 겨우내 서리와 눈, 그리고 찬 바람을 맞으면서 견디고 이겨낸 식물이다. 우리가 보리밥을 먹음으로서 겨울동안 저장했던 보리의 차가운 성질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에 먹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요즘 꽁보리밥은 식량이 없어서 먹기 보다는 별미로 많이 찾고 있는데, 겨울보다 여름에 훨씬 더 많이 찾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몸이 벌써 알고 차가운 보리를 원한다는 증거다.

상추 잎에 보리밥 한 숟가락을 떠서 얹고, 그 위에 된장이나 쌈장을 보탠 후, 약간 매운 맛이 도는 풋고추를 포개어 쌈을 해서 먹으면 더위가 싹 가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일반적으로 보리밥은 좀 거친 음식인데 여기에 고추의 소화 촉진제 성분이 더해져서 맛뿐 아니라, 기능면에서도 아주 잘 어울리는 그런 여름철 음식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꽁보리밥이라고 하여도 완전 보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쌀과 보리를 절반씩 섞는다고 하여도 보기에는 꽁보리밥에 버금가는 것이니, 먹기에 불편할 정도의 보리밥을 지어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보리밥을 쌈해 먹는데 상추가 빠질 수가 없다. 상추는 동의보감에서 말하기를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오장을 편하게 하며, 가슴에 막혔던 기를 통하게 하는 채소라고 하였다. 또한 치아를 희게 할뿐만 아니라 피를 맑게 하고, 해독작용을 하여 술을 자주마시는 사람에게 좋다고 쓰여 있다.

비타민 A와 B군, 철분과 칼슘, 그리고 히토신, 리신 등의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상추는 특히 여성들에게 좋으며, 나른한 몸을 가뿐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상추를 딸 때 나오는 흰 즙은 락투세린과 락투신 성분이 들어 있어 예민한 신경을 진정시켜주면서 두통이나 불면증을 해소하는데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오이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수확하는 이른바 제철 음식 중에도 냉성식품이 많이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채소 중에 오이가 있다. 한 여름의 오이는 더위를 식혀주는 오이냉국을 연상하리만큼 잘 알려진 채소다. 옛 요리책에는 맛이 청량하다고 하여 창국으로 불리고도 있다. 오이냉국은 김냉국과 미역냉국 등으로 대별되는데 식초가 가지는 맛에다가 얼음덩이의 차가운 맛은 더위를 단방에 날릴 것만 같다. 여기에 소금을 약간 넣어 간을 맞추면 더욱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등산을 하면서도 손쉽게 꺼내 물 대신 먹기도 하고, 소박이김치를 담가서 먹기도 하는가 하면 그냥 썰어서 된장에 찍어먹는 간편한 방법도 있다. 약간의 섬유질도 있어서 포만감도 느낄 수 있고, 수분을 흡수하여 갈증을 덜어주기도 하는 오이도 체내에 쌓인 열을 없애준다. 여름 더위에 지쳐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생으로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빨리 흡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살짝 익힌 오이의 즙을 마시면 좋을 듯 하다.

요즘에는 오이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생산되기 때문에 굳이 여름철 채소라고 하기가 안 어울리는 면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겨울에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따뜻한 성질을 가진 것은 아니니 가려 먹어야 하겠다. 


수박과 참외

다음은 우리가 즐겨 찾는 수박과 참외다. 수분이 90% 이상이 되며, 물로 달래지 못하는 갈증을 다스릴 수 있는 여름철 음식이다. 수박에 비하여 참외가 약간 단단한 과육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냥 먹기에 부담이 없는 정도이다.

차갑게 해서 통으로 썰어 먹기도 하며, 화채를 만들어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이때 영양있는 우유나 탄산음료 등을 넣고 약간의 얼음을 띄우면 글자 그대로 시원한 냉화채가 된다. 또한 수박이나 참외는 오이에 비하여 먹기도 부드럽고, 영양도 더 하다. 그러나 밥이나 반찬으로 먹는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간식이나 갈증해소용이니 둘을 비교하여도 오십 보 백 보다.

예로부터 격식을 갖춘 다과상에는 수박화채가 빠지지 않을 정도의 필수 음식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것을 고려하여 수박의 씨를 골라 낸 다음 화채를 만들면, 그 과정마다 정성이 들어있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과육을 미리 준비하여 설탕에 재어 놓는 방법으로 단맛을 더 할 수도 있으며, 얼음 대신 새콤한 오미자 물을 차갑게 하여 부어 놓으면 아주 고급스런 맛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야간에 먹게 되면 바로 몸 밖으로 빠져 나가려는 성질에 주의하여야 하는데, 이는 피로회복 및 해열, 해독과 이뇨작용이 있어 바로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과일 등은 포식 한 채로 그냥 자게 된다면 배탈이 나기 쉬운 정도로 냉 식품이다. 따라서 배를 이불이나 수건으로 덮어 보온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냥 차가운 것을 먹어서 몸이 시원한 것이 아니라 몸의 열을 낮추는 작용으로 시원하게 하는 그런 음식인 것이다.


녹두

녹두도 열을 내리는 음식에 속한다. 수박과 더불어 이뇨작용이 뛰어난 식품이다. 일반적으로는 녹두 빈대떡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더 적합한 음식이다. 이 녹두를 가지고 콩나물처럼 싹을 길러 먹으면 숙주나물이 되며, 녹두의 녹말로 만든 묵을 만들면 청포 또는 청포묵이 되는 것이다. 

여름철 섭취 방법으로는 이 청포에 채소류와 육류를 섞어 버무리면서 동시에 식초와 기름을 넣어 탕평채를 만들어 먹으면 된다. 혈압을 낮추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주는 효과까지 있는 녹두는 인도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많이 재배된다. 더위로 지친 몸에 열이 있고 기운이 없을 때는 녹두죽을 끓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지

여름철 냉성식품 중에서 가지가 차지하는 효능은 가히 일품이라고 할만하다. 우리는 주로 나물을 해서 먹으며, 일부는 소박이 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체로 영양가가 낮은 가지는 자주색이나 적갈색을 띠는데, 이 색소가 지방질을 잘 흡수하고 혈관의 노폐물을 용해하여 배설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방질을 잘 흡수하므로 웰빙으로 먹기에 망설여지는 튀김으로도 무리가 없으나, 기왕이면 체내의 지방을 흡수하도록 조리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따라서 열매는 가지나물로 만들며, 어린 잎은 살짝 데친 것으로 쌈을 싸먹으면 아주 효과가 크다.

가지에는 폴리페놀이라는 발암 억제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특정 기능성 채소라고 할 수 있다.


익모초

이 밖에도 익모초는 한방에서 약용으로 쓸 정도로 강한 약리작용을 한다. 글자가 가지는 그대로 어머니에게 이롭다는 식물인데, 다시 말하면 여성에게 좋다는 뜻이고 특히 복부와 하체에 좋다고 보면 된다. 

쓴 맛이 있어 열을 풀어주어 혈액의 순환을 거드는 작용을 한다. 이렇게 피의 활동을 왕성하게 하므로 여성의 자궁에 정체된 피의 흐름을 도와주어 여성용 보약이라는 별명이 있는 정도이다.

여름철에 까닭없이 배가 아프며, 미열도 있고, 밥맛도 없어 지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에 흔히들 더위 먹었다고 말하며 민간에서는 단방약으로 익모초 즙을 먹었다. 효과로는 입맛이 돌고 식욕이 왕성해져서 무더운 여름도 거뜬히 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농촌에서는 힘겨운 여름이 오기 전부터 미리 준비하며 상비약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쯤 되면 한방에서 더위를 다스리는 약재로 처방하였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익모초가 가진 약효만큼이나 쓴맛의 강도 역시 너무 세서 급히 먹으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심하면 바로 토하며 숨이 막히게 될 정도다. 또 한 가지 이렇게 강한 약효를 가진 경우는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이라서 몸이 차가운 사람들과, 평상시 몸이 뜨거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차가운 증세를 보이는 때에는 주의하여야 한다.


기타 여름철에 나는 제철 음식들은 대부분 더위를 물리치는데 유효하지만, 그 중에서도 감자나 포도 그리고 그늘에서 자라는 산나물과 버섯류 등도 몸을 차갑게 하는 유용한 먹거리라 할 수 있다. 이런 음식들은 더운 날 아이스크림이나 얼음과자 등과 같이 더운 온도를 중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몸의 온도를 밖으로 배출하여 더위에도 견뎌 낼 수 있는 저항력을 길러준다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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