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오늘이 그냥 멈췄으면 좋겠다.

꿈꾸는 세상살이 2008. 9. 19. 08:51

오늘 아침에는 게으름을 피웠다. 눈을 뜨고 바라본 시계가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물론 아직 일어날 시각은 아니었다.  애써 뒤척이는 사이 잠깐 시들었는데 진동음이 울렸다.

아침 5시 30분을 알리는 알람이다. 사실은 이 시각이면 하루를 여는데 계획대로 하기에 늦은 시각이다. 이 시간에 일어나면 이것 저것 준비하고 나서기에 바쁘다. 그래서 하루 25시를 사는데 부족한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내가 평상 하루에 지각하지 말라고 맞춰 놓은 시각이었다.

 망설이는 동아네 괘종시계는 벌써 6시를 알린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도 없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섰다.

대신 멀리 갈 수도 없어 아파트 놀이터로 향했다. 울타리 안에 있는 내 집이라고 편하게 마음먹지만 평소 안하던 짓을 하려니 어색하다. 놀이터 뒤로 바로 이어진 밭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에 상쾌하다. 내가 이렇게 부지런하니 맑은 공기라도 마시지 하고 있는데, 경비 아저씨께서 비를 들고 아파트 건물 주위를 쓸고 계셨다. 정말 나보다 더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바닥에는 인조고무가 깔려있었다. 폐타이어를 잘게 부수어 만든 푹신한 바닥재였다. 발에 밟히는 촉감이 부드럽다. 웬지 힘이 솟는듯 하다. 바람 한 점 없어 흔들리지 않는 그네는 플라스틱 의자에 일체형으로 된 아담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역시 노력하기에 따라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았으면 마디 마디에 녹이 슬고 행여 다칠까봐 덧손질한 흔적이 확연할텐데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철봉에 매달려보았다. 있는 힘을 다해 끌어 올려도 보았다. 그래도 처음 생각과 달리 올라간다. 그러나 어거지로 해 보았자 3개를 넘지 못한다. 예전 같았으면 15개정도를 하던 턱걸이이건만 이제는 고작 3개다. 악을 쓰고 용을 써보아도 겨우 4개나 5개 정도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할까봐 멈추고 말았다. 더 할 수도 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멈추는 것이라고 ...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고 하더니 나는 오늘 당장 뛰어야 할 형편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오늘 뛰려고 해도 지금 힘이 부족하니 이것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이런 내가 나도 밉다. 내 자신의 거울을 보는 것이 두렵다. 지나온 날의 삶을 들어내 보이는 것이 두렵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흉볼 것이 두렵다.

오늘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많은 일들을 하고 내가 충분한 준비를 한 다음에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일은 뛰지 않아도 되고 두렵지 않을 것 같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