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세상살이 2010. 5. 2. 09:20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여기서의 어머님은 아내의 어머니 즉 장모님이시다. 아직까지 남에게 소개할 때를 제외하고는 장인 장모님을 항상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러왔다.

어머니께서 지난 월요일에 입원을 하셨으니 꼭 일주일이 되었다. 병명은 장에 혹이 하나 있는데 그냥 쉽게 해결될거라 하였다. 작은 혹이라서 내시경수술을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입원을 하고나니 절개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수술의 방법이야 의사가 판단하겠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입원하신 어머니께서 여느 사람과 다르게 기운이 펄펄하시고 목소리고 쩌렁쩌렁하셨다. 나야 그런게 좋기는 하지만 옆 환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정도로 밝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할 수없이 대화를 할 때는 밖에 있는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가 되었다. 어머니는 환자로 입원한 상황이지만 환자 보호자와 전혀 다르지 않는 언행으로 보호자가 붙어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가족들은 왔다갔다하면서 들러보고 하루씩 지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가족은 사는 집이 병원과 멀리 있는 관계로 항상 붙어있을 형편은 아니었다. 자식이 많아도 붙어있을 식구가 없으니 다른 도리도 없었다. 어찌되었든 간병인을 쓰기로 하고 하루에 7만원으로 약정하였다. 요즘은 취업난을 빌미로 간병인 양성기관이 많이 생겼고, 더불어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도 넘쳐나는 실정이다. 

도중에 실시한 수술도 잘 끝나고 이제 시간만 기다리면 되었다. 비록 하루종일 간병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이 찾아오는 빈도도 높고, 연세가 있으시니 아는 이웃들도 적지 않다. 여느 병실이 그렇듯이 음료수며 과일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요구르트며 복분자음료수와 매실, 비타씨, 꼬모, 오렌지 등이 쌓였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는 아직도 금식중이며 평소에도 입이 짧은 노인네라서 그것들을 먹어 치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어느 날, 병실에 있던 음료수와 과일이 없어졌다. 누가 와서 먹을 만한 사람도 없었고, 아직은 남은 것들을 모아다 집에 가져간 것도 아니었다. 이리저리 찾다가 어머님께 물어보니 간병인이 치웠다고 하셨다. 자초지종을 알고보니 병실에 있던 환자보호자에게 나누어주었던 것이다. 내가 일주일동안 병실을 방문하였어도 아직 한 번도 얻어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우리 간병인은 그 많은 것들을 자기 마음대로 나누어 주었단다. 같은 병실에서 같은 상처를 안고 마주치는 사람들이 서로 위하는 것이 좋은 것인줄은 물론이어서 그 자체를 나쁘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다른 간병인에게, 자기들끼리는 잘 안다고 병실의 보호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양의 두 배를 주었다고 하는 대목에서 마음이 상했다.

병문안 온 사람들이 사 온 것을 예의로 혹은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 같이 나누어 먹고 배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작 환자는 침만 삼키고 입맛은 다른 사람들이 다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간병인은 간호를 보조하고 도와주면서 그 대가를 받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간병인이 간병인을 유지계약한 사람에게 고맙다고 하여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환자가 금식기간이라 먹지 않는다고 아무 것이나 모두 간병인 자기마음대로 처분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다. 간병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분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런 행동은 개선을 해야 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수술을 하기 전이나 하고 나서나 목소리도 쩡쩡하고 걸음거리도 입원전과 다를게 없으시다. 누가 부축하지 안아도 혼자서 다 돌아다니시고, 간병인은 물론 찾아가는 우리들을 오히려 위로하고 걱정하는 분이시다. 그러니 간병인 할 일이 없으셔서 일을 만들다 보니 그런 것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해본다. 그많은 것을 내가 다 먹으면 살찌고 성인병에 걸릴까봐 그렇게 먹어 치워줬다고 생각하니 고맙기까지 하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다면 간병인들은 환자의 상태를 살펴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빨리 회복되는데 도움을 주신다면 좋겠다. 환자 보호자들이 몰라서 못하고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머뭇거리는 부분을 대신해주시면 좋겠다. 나 없는 동안에 혹시 우리 아버지 어머니를 구박할까봐 잘 봐달라고 눈치보면서 비위맞추는 간병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