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홍부용/ 문화구창작동/ 2012.11.23/ 285쪽
책의 제목을 보면 뭔가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아빠를 빌려준다는 말은 아빠를 어떤 물건처럼 취급한다는 말이며, 사람을 존재 가치 이외에 어떤 행위에 따른 비용으로 보답하는 것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을 빌려주고 빌려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직 아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20대의 작가가 쓴 소설이며, 내용의 소재가 딸인 초등학생이었다는 데서 다소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즉 초등학생의 시각에서 그리고 아직 잘 모르는 20대 초반의 작가의 시각에서 아빠를 빌려준다면 그것은 그냥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로해보는 것이다.
발단은 초등학교에서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 혹은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남에게 쓸모가 있을 것 같으면 가져와서 물물교환을 하라는 것에서 시작된다. 딸아이는 엄마가 아빠를 보면서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었고, 이번 숙제에 아빠를 내 놓기로 하면서 그 단초가 되었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혹은 이혼하여 없는 아이들은 아빠를 그리워하며 아빠의 땀내 나는 양말이나 심지어 술 마시고 술주정하는 것까지도 부러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아빠의 자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아빠에 대한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따지지 않고 같이 가족으로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릴 적에 자기를 버렸던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된 후 부모를 찾는 것도 이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부모는 자식을 버렸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식을 찾기 어려우나 자식은 그런 부모라 하더라도 자신의 부모라는 입장으로 자기도 남들이 다 있는 부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런 과정에서 현재 나의 부모 즉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어떤 때는 나에게 짐이 되는 아버지이지만 어떤 때는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한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나의 아버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아버지를 그냥 아버지로 인정하고 살면 좋고 나쁜 감정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든 저렇든 나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땅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들이 아닌 것도 확실하다. 자신의 무능함을 표현하기 싫어서 자신의 무능함이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봐 허세를 부리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해서 그렇지 사실 그런 것조차 자식들을 위해서 그런 것이라는 것은 자식들이 그처럼 늙은 아버지가 되어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