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포장된 가시는 얼마나 아플까.
부부가 정답게 등산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가파른 산에 힘이 들자, 선뜻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응석을 부려보았다.
"여보 나 좀 업어 주세요."
남편도 힘이 들고 손에 쥔 물건도 버리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으며 업어주었다.
아내는 힘겨워하는 남편이 미안해서 한마디 하였다.
"여보! 나 무겁지요?
남편은 산행의 피로도 풀 겸, 이참에 아내를 놀려주자고 생각하였다.
"그럼 무겁지. 얼굴은 철판을 깔았지, 머리는 돌이지, 간은 부었지, 몸매는 맥주병이지!"
아내는 얼굴이 후끈해졌고 이제 괜찮아졌다며 슬그머니 내렸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는 남편이 다리를 다쳐서 아내가 업어 주었다.
남편은 아까 했던 말이 미안하여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여보! 나 가볍지?
아내도 힘이 들었지만 남편을 위하여 진실을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럼, 가볍지요!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었지, 양심도 없지, 싸가지도 없지, 거기다가 재수도 없지요!"
남편은 눈을 꼭 감았다.
두 손으로는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아내가 더 힘들어질까봐 그러지도 못했다. 머리 속으로는 지금 당장 내려야한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렇다고 아내의 농담도 못 받아주는 남편이 되기는 싫었다. 그러나 가녀린 아내의 등짐이 되는 것도 정말 싫은 일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작은 물방울 하나가 아내의 두꺼운 옷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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