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561

독서! 정말 어려운가?

독서! 정말 어려운가? 1.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현시대는 복잡하며 바쁜 세상을 살고 있다. 사람도 많고 집도 많고 이동수단도 많다. 최근에는 책을 많이 만들어냈어도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책값이 비싸서 구입하기 힘들어졌으며, 사 읽는 사람은 없다는 핑계를 만들어냈다. 먹을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은데, 살 책은 없으며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정해진 시간은 짧으니 누구든지 한쪽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독서 인구가 줄어든 이유는 따로 있다. 책은 무겁고 휴대하기 불편해서 읽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질끈 눈을 감고 몽땅 짊어졌어도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기는 불가능이다. 그 사이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콕콕 짚어내는 기능이 대신하고 있다. 얼..

봄내는 어디서 오나

봄내는 어디서 오나 봄내는 봄에서 나는 냄새일 것이다. 풋거리에서 나는 냄새가 풋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 봄의 냄새는 어디서 나올려나 생각해본다. 아마도 누구든지 냉이와 달래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할 듯하고, 귀한 진달래와 동백에서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다분하다. 이것은 당연 감상에 젖어야만 가능한 말씀이다. 봄, 첫봄이라면 차가운 눈발을 이겨내며 깃발을 앞세워 달려온 매화를 떠올려본다. 메마른 가지에 매달렸다가 아마 죽었음이 분명하다고 믿었지만, 그래도 돋아나는 꽃이라서 애처롭고 아련한 동감을 불러냈을 것이다. 딴에는 엄동설한을 극복한 꽃망울이 아름답고 고상해 보인다. 냄새는 강렬하지 않으며 지루하지 않은 탓인지 은은하다. 긴긴 겨우내 굶주렸던 향기를 찾다가 혹시 진한 향기에 취할까 우려되어 배려..

첫눈을 맞으며

첫눈을 맞으며 12월 16일 목요일. 오후 4시 30분 갑자기 습설이 펑펑 내렸다. 맑은 날씨에 불현듯 방문한 첫눈이었다. 올해인 2021년, 내리는 눈을 만나기도 처음은 아니다. 내가 기록하지 못해서 정확한 날짜는 아니지만 분명히 1월과 2월 중에도 눈은 내렸을 것이다. 많아도 눈은 눈이고 적어도 눈은 눈이다. 그런데 해가 지나갈 즈음에 내린 눈을 보면서 왜 첫눈이라고 했을까. 길고 긴 땡볕을 견디다가 반갑고 생경스러운 눈이라, 아마도 그냥 생각이 나지 않다가 갑자기 만나서 첫눈이라고 했음직스럽다. 견우직녀가 헤어질 때 안타까운 장면을 떠올리다가 내리는 눈을 첫눈이라고 불렀을까. 나에게도 정말 첫눈이었을까? 내 책 중에 『24절기 이야기』 속에는 첫눈이 오는 날을 지칭하거나 지난 세월을 더듬어 눈이 왔..

작심삼일 후 벌어진 일

작심삼일 후 벌어진 일 새해가 되면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이 상례다. 이것은 나를 돌아보면서 잘못한 것을 고치거나 새로 시작하는 규칙을 지키기로 다짐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본다. 나에게도 새해에 작심이 있었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서 후회하고 반성하다가 내 마음에 자책이 일어났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새 각오를 느껴 계획을 세우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것을 새해 목표로 잡으면 되겠지 하는 희망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러한 새해 각오도 거창하거나 어려운 목표도 아니었고 나 혼자만의 소소한 약속이었다. 작년까지도 게으르고 나약한 자신을 남이 알지 못하도록 빨리 다그쳐, 작년부터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주자고 조용한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방안에서 자전거 타기 30분씩, 방안에서 팔굽혀펴기 20개씩, 야..

작심3일

작심3일 나는 새해가 되면 작지만 그래도 마음먹을 결심은 있었다. 물론 세상의 나 혼자의 결심만은 아닌 진리이다. 그래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이유는 많은 사람이 따라 했었기 때문에 굳어진 단어가 생겨난 이유이다. 쉽게 해석하면 어떤 결심을 하면 3일에 멈춘다는 말인듯하다. 올해의 작심은 몸을 관리해야 겠다는 혼자만의 약속이다. 만약 달성하지 못했다면 누가 욕 할까봐, 누가 핀잔 할까봐, 가족이 알아내면 체신이 서지 못할까봐, 자신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이 들까봐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의 약속을 세웠다. 예전에는 주로 걷기를 했었다. 오전에 산책하기 1시간, 그러다가 오후에 기분 내키면 또 산책하기 30분, 그것도 만족스럽게 여겼다. 그러다가 지금은 ‘자전거 타기’가 생겼다...

용상의 계단

용상의 계단 용상은 임금이 받는 밥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임금님은 매일 먹고 살 때 받는 밥상만이 아니라 업무를 펼쳐야 하는 책상(簀床)도 받아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 책상(冊床)도 받아야 한다. 그 와중에 국방을 지켜내야 하는 책상(柵床)도 받아야 한다. 물론 그 상을 받은 후 해결해야 하는 자리 즉 용상(龍床)에 앉아야 하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예단하는 것이 용상에 오르는 조건부 용상(龍狀)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항상 살펴보는 용상으로 가는 계단이 길고 높아서 내가 넘보기에도 아득하다. 구시대적 단어이지만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위계질서와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만 할 도리가 있다. 왕상은 예전부터 흠모의 대상이면서 희망의 대상, 바라는 대상, 탐나는 대상, 대대세세(代代世世) 소유하고 싶은..

아물아물한 공지천

아물아물한 공지천 많은 사람이 공지천을 사랑한다. 공지천은 사람이 아니라서 동물이 아니라서 살아있는 식물이 아니라서 사랑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번복하여 좋아한다고 하면 모른 척 눈을 돌릴 것이다. 공지천은 공간이 있는 땅이 천과 만났다는 의미일 듯하다. 더 나가면 개울에 붙어있는 빈 땅이라는 뜻이 맞겠다. 내가 좋아하는 공지천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공지천은 물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아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공기를 떠나서 살 수 있어도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진리를 벗어날 수 없어서 그럴 것이다. 사람의 물질 구 성분 중에 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무려 70%란다. 사람이 태어날 때도 물이 가득 찬 풍선 속에 묻혀 있었고 생명이 양수 속에서 자랐으며, 태어날 때도 ..

그리운 용두사미

그리운 용두사미 올해는 신축년이다. 그러나 지금은 12월 30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엄연한 신축년이리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음력 덕분으로 생겨난 관습법이다. 음력으로는 아직 남았다는 말이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이제라도 발분하여 유종의 미를 이루기 바라본다. 그런데 저무는 순간이라서 얼마나 안타까울까. 지난 시간을 회고하면서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반대로 미흡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여기저기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그런대로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올해를 반성하는 순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숱한 지난 세월을 살아보니, 정말로 올해는 순탄한 삶을 살았다고 여길 사람이 일반인에 속한다고 장담한다. 그래서 나는 올..

깜깜이 통계

깜깜이 통계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조밀한 나라이다. 그 중에서도 선두그룹에 속한다. 말하자면 토지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다는 뜻이고, 매일 부딪치는 사람이 많아서 사람이 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세계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32개국 평균은 일반인 1,000명당 의사가 3.5명이란다. 의료업 종사자 비율이다. 우리나라는 1,000명당 의사가 2.4명인데, 서울에 집중된 숫자는 3.12명으로 조사되었다. 내가 직접 조사한 적도 없어서, 대충 잡아 내놓을 숫자도 부정확하다. 그래서 나는 공식 발표를 무조건 믿어야한다. 평균 3.5명 대 2.4명이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왜 서울에는 그런대로 비슷한 3.12명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서울 사람들이 자주 병을 얻고 많이 다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아침에 셋 먹을까 저녁에 셋 먹을까

아침에 셋 먹을까 저녁에 셋 먹을까 아침에 셋 먹을까? 저녁에 셋 먹을까? 선택권을 줄테니 손들고 말하라는 문장을 줄여서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부른다. 먹여 줄 수량이 홀수로 한정되어 있어서 반으로 나눠 세 개 그리고 더하여 반씩을 줄 수도 없다. 주는 입장에서는 수량이 이미 정해져 있으나 저녁에 줄 분량을 우선 빼돌렸다가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묘수를 제안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아침에 셋을 먹으라면 그 수량도 감사하다며 군소리 없이 받아먹는다. 한국인의 기질이었다. 겸양과 겸손을 떠나 근면과 끈기, 열정으로 뭉쳐온 국민성이었다. 부농이 많은 농사를 지으려면 힘들고 고된 일 너무 벅차서, 머슴을 두고 일하면서도 고된 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일을 해보아서 심정을 안다는 말이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