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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전주로 통한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3. 11. 12. 10:30

전북은 전주로 통한다.

내가 오래 전에 승용차로 서울에 다녀왔을 때 이야기다. 시내에 진입하여 차가 골목길로 들어 선 순간 정체가 심해지더니 급기야 멈춰서고 말았다. 이때 전북 번호판을 본 상인이 묻기에 전북에서 왔다고 하였더니, 그 사람은 ‘아! 전주요?’하고 또 물었다. 익산에 사는 나는 일일이 대꾸할 가치도 없고 자초지종을 설명할 필요도 없어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 사람이 무식해서 그런지 내가 거짓말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때만 해도 전북은 전주로 통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떨까? 아쉽지만 지금도 전북은 전주로 통한다. 그 원인은 전주시민들이, 전주의 지도자들이 일만 있으면 전주! 전주하면서 집중화를 시키는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전주광역시와 전북은 어떻게 될까. 특별할 것이 없는 농촌지역에서 인근 배후도시가 없고 우군이 없는 상황에서 전주광역시의 생존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 든다.

전주는 인근 도시를 배려하는 마음을, 전북도는 각 지역의 고른 발전을 유도하여야 한다. 얼마 전 토지주택공사가 경남으로 간 것을 두고 지역 차별이라느니 국토의 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말을 해왔었다. 이런 논리라면 전북도는 해당 시군을 고루 발전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현재 미미하게나마 전주가 커지고 있다는 요인을 살펴봐도 혁신도시의 영향과 도내 시군에서 인구가 유입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각 시군에 있는 인프라를 전주로! 전주로 집약시킨 결과라면 아랫돌을 빼서 윗돌 고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른 시군은 크면 안 되니까? 아니면 우선 형님먼저 잘 돼야 하니까? 전주만큼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내가 생각하는 답은 그 무엇도 편견이라고 본다. 봄에 콩을 심어 가꾸는 것보다 수확한 콩을 사 먹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른 방법인 것은 확실하지만, 항상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전북은 농도(農道)이며 면적도 좁고 인구도 적은 관계로 기존의 지형자원과 해당 도시의 특성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읍의 가축경매시장, 김제의 지평선 들판과 유리온실단지, 순창의 고추장, 고창의 메밀밭과 고인돌군, 남원의 철쭉군락지, 진안의 마이산과 돌탑, 익산의 백제궁궐과 화강암 등은 전국 최대 혹은 유일무이한 자원들을 활용하는 일이다. 여기에 전국 최다 인삼생산량이나 전국 최다홀 골프장, 전국 최대민속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새로 구축된 전국 최대보리밭과 전국 최대의 자생 대나무군락지도 훌륭한 자원이라 할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크다는 제주민속장은 약 30,000㎡, 성남모란장은 22,575㎡이다. 두 곳은 처음부터 옛 민속장 형태로 만든 계획적 난전(亂廛)이라서 비교하기가 쉽다. 반면 익산북부장은 자연발생적 시장으로 상권 범주 내의 여관과 병원 등 일부 건물을 합하면 약 40,000㎡에 달하며, 장(場)이 서는 구역도 27,000㎡에 달한다.

결론은 고창의 고인돌이나 익산북부장을 전주로 옮기지 못하는 것처럼, 각 지역이 가진 특장점을 그대로 놓고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형님먼저 아우먼저가 없다. 그러기에 남의 것을 빼앗아 먹는 일은 더더욱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십분 이용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하다면 그때 가서 추가로 양념을 치면 좋을 것이다.

천년 고도를 자랑하지만 한옥마을이 초라한 상황에서 이미 기를 소진한 약령시를 어루만지는 일도, 근본도 없는 영화제를 만들어 경력관리를 해 나가는 일도 중요한 양념에 속한다. 그러나 양념이란 주재료에 어울리는 것이어야 효과가 클 것도 분명하다. 전국 최우수 축제에 이름을 올린 벽골제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함평 나비 그때 새로운 주제를 개척해야 한다. 여기의 나비는 뭐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조그만 함평이 만들어 낸 것이다. 모든 길을 전주로 내는 것보다 우선하여 각 지자체가 살아야 전라북도가 산다.

2012년 전북방문의 해는 전주에만 오라는 뜻이 아니다. 각 지역별로 특성에 맞춰 개발된 자원을 선보여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한 구호가 아닐 터인데, 전북도가 지역별 중점발굴사업으로 정한 것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