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도 유신의 흔적이.."
옛 부두에 찬양 문구한국일보 이성택기자 입력 2014.01.01 03:39
박정권의 장기 독재체제를 구축했던 10월 유신(維新ㆍ1972~1979)의 흔적이 대한민국 동쪽 끝, 독도에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5년부터 독도 지도를 만들어온 안동립(56) 동아지도 대표가 지난 10월 14일 경북 울릉군 독도에서 직접 촬영, 본보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섬의 동도(東島) 옛 부두에서 한반도 바위로 이어지는 계단 오른편 시멘트 벽면에 '총화로 단결하여 유신 과업 완수하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국민이 힘을 합쳐 유신 체제를 완성하자'는 의미다.
↑ 경찰이 독도 부두 준공을 기념하며 시멘트 벽면에 새긴 가로 0.5m, 세로 1m 크기의 유신 찬양 문구.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제공
그 밑에는 '울릉경찰서 1976.7.18 준공'이라고 적혀 있어 당시 경찰이 부두 준공을 기념해 새긴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인혁당 사건 연루자의 사형이 집행되고, 베트남이 공산화하며 유신 반대 세력이 위축된 직후로 독재 정권의 전성기였다.
동도 북동쪽에 있는 옛 부두는 1997년 섬 남서쪽에 새 부두가 건설되면서 폐쇄돼 현재 안전상 이유로 민간 출입이 제한된 상태라 이 문구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안 대표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섬 구석구석을 탐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했다.
유신 체제 홍보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념물 가운데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는 1973년 3월 경남 창원시 진해군에 세워진 '10월 유신 기념탑'이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념탑 철거를 요구해 왔으나, '잘못된 시대의 잔재이자 반성과 교훈의 역사적 자료'라는 명목으로 보존돼 현재 인근 '아이세상 장난감 도서관'(구 시립도서관) 정문 쪽에 전시돼 있다. 창원시 마산군에 세워졌던 '5ㆍ16 군사혁명 기념비'는 1999년 한 시민단체가 철거했다.
그러나 경찰이 독도에 새긴 유신 찬양 문구는 1982년 독도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문화재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임의로 훼손할 수 없다.
10월 유신은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 해산 및 헌법 정지라는 비상조치 후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국민투표를 시행, 그 해 12월 27일 기존 헌법을 대통령직 무제한 연임 등을 보장하는 새 헌법으로 대체한 사건이다. 유신 체제는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 전 대통령을 암살하며 막을 내렸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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