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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95돌] "예전엔 계단까지 손님들로 꽉 찼는데.."

꿈꾸는 세상살이 2014. 3. 1. 07:57

 

[3·1절 95돌] "예전엔 계단까지 손님들로 꽉 찼는데.."

日 극우 광풍에 도쿄 한인타운 '시련의 나날' 국민일보 | 입력 2014.03.01 01:32 | 수정 2014.03.01 06:47
日 극우 광풍에 도쿄 한인타운 '시련의 나날'

한때 손님들이 20∼30m씩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한국식당마다 좌석은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한국 연예인 사진이나 DVD 등을 파는 한류 팬시 상점은 반나절 동안 손님은 네댓 명에 불과했다. 28일 오후 일본 도쿄
신오쿠보 일대는 '한류의 성지'로 부를 만한 어떤 광경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한인 상인들은 이런 분위기가 반한 시위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조수미(55·여)씨는 "예전엔 가게 문밖 계단까지 손님들로 꽉 찼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인데도 고작 한 테이블만 손님이 있다"며 "주말마다 '한국인을 쫓아내자' '한국인은 돌아가라'고 시위를 해대는 통에 매상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처럼 대로변 가게는 그나마 타격이 덜한 편이고 골목 상점은 아예 없어진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류 팬시 상점을 운영하는 지모(36)씨는 "신오쿠보를 찾는 일본인 수부터 줄었고 매상도 전성기에 비하면 반토막났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호감을 갖고 꾸준히 찾는 한류 마니아들은 가게 밖에서 반한 시위대가 지나가면 '사이야쿠(さいやく·최악)!'라며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한다"며 "그래도 찾는 손님이 줄어든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모(52·여)씨는 "시위대가 신오쿠보 거리를 가득 메우고 그 난리를 치는데 손님이 끊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한국인도 꼬박꼬박 일본 정부에 세금 내고 장사하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가게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한인 상권이 죽어가면서 그 자리를 중국인이나 말레이시아, 네팔 같은 동남아인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이씨의 미용실을 찾은 일본인 스즈키 아사토(31·여)씨는 "한국에 놀러가고 싶어도 험악한 사람들에게 해코지당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씨가 손사래치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그는 "양국 감정이 너무 안 좋아서 친구들도 한국에 가길 꺼린다"고 했다.

신오쿠보 지역은 지난해 초만 해도 지방에서 단체관광 버스가 몰려오던 대표적 한류 관광지였다. 평일에도 수많은 쇼핑객과 관광객이 거리를 메웠다. 그러나 요즘 이곳을 찾는 일본인의 상당수는 혐한(嫌韓) 시위대이거나 한인 거리에 '해코지'하려는 이들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20년 이상 살았다는 박모(65·여)씨는 "반한 시위가 일어나면 반한 시위대와 맞불시위대, 거기에 경찰 수백명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데 한창 대목인 주말 오후에 그 난리가 나면 완전히 장사 공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 팬들의 반일 감정을 우려해 한국 인기 연예인들이 일본 활동을 줄인 것도 불황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활동이 뜸해지면서 한류를 다루는 후지TV 등 일본 방송사들은 과거 한국 드라마를 '재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류에 대해 '지겹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류 팬시 상점 주인 최모(51)씨는 "최근 일본에서 잘나가는 한국 드라마나 가요가 없는 데다 한국 연예인의 일본 방문이 끊기면서 한류 열풍이 수그러들고 있다"며 "이 지역 상인들은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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