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익산 00 교회 이야기

전 교인 택시타고 교회 오는 날

꿈꾸는 세상살이 2007. 6. 25. 06:54
 

택시타기 운동

 

오늘은 6월24일다. 이것을 숫자로만 읽으면 유기사다. 유기사! 우리가 언뜻 생각하는 유기사라면 유씨 성을 가진 기술자나, 버스 또는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가 떠 오른다. 마침 오늘은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전교인이 택시를 타고 교회에 가기로 정해 놓은 날이다. 이렇게 하기를 벌써 몇 번째라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일이다.

 

어제와 그저께 연이틀 동안 과로한 탓에 몸이 많이 피곤하였다.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정상이 아니다. 평상시 하던 일이 아니라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자주 발생하는 일도 아니니 그럴 핑계를 댈 여유도 없다. 게다가 날씨도 장마를 알리는 그 첫머리에 있어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렇지만 다른 때보다도 좀 더 일찍 일어났다. 바로 전교인 택시타고 교회 가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생각해본다. 비도 오고 그러는데 기다렸다가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조용히 걸어가야 하나, 눈 딱 감고 승용차를 타고 가야 하나 망설여진다. 우리는 교회 뒤편에 살고 있어 걸어가기 딱 좋은 거리였기에 잠시 고민에 빠진다. 어렵사리 내린 결론은 그래도 택시를 타고 가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많은 비가 오게 되어있지만 하늘은 마침 개어있었다. 빗속에 우산을 들고 그 많은 택시를 맞는 것이 두려웠었는데, 하늘이 도우셨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움에 일찍 나서기는 하였지만, 기다릴 틈도 없이 때 맞춰 택시도 정거한다. 그런데 차에 오르자마자 기사님이 먼저 '고맙습니다'로 인사로 맞는다. 어? 그것은 내가 먼저 해야 하는 인사인데! 타고 보니 기사님도 우리 교회에 나가는 분이시다.

우리는 택시타기 운동을 하면서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남중교회까지 가주시겠습니까', '요즘 경제가 어려운데 많이 힘드시죠? 오늘은 전교인이 택시타고 교회 가는 날로 정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하라고 교육을 받았었다. 

 

요즘 가까운 거리도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것이 보편화되어있는 상황에서, 지역경제를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택시요금보다 내 차를 타고 가는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또 하나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왕복 택시요금을 교회에서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요금의 과다를 묻지 않고, 거리의 장단을 따지지 않고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시외 다른 도시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오는 것은 안 되며, 가까운 곳까지 시외 직행버스를 이용한 후 택시를 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왜냐면 지역 활성화를 위한 운동이니 만큼 원래 취지가 지역 택시타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6시 40분. 나보다 더 부지런한 교인들이 새벽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쑥스러워진다. 어쨌거나 천 원짜리 지폐를 한 움큼 쥔 자원봉사자들이 멈추는 차례대로 택시비를 지불한다. 거스럼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돌아 갈 택시 요금은 교인에게 선불로 건네준다. 교회에서는 이 한 번의 행사에 기천 만원이 들어 간다고 했다. 개인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시내의 모든 택시 기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도 안다. 그러나 택시 기사들 치고 이 행사를 나쁘게 평하는 사람은 없다. 교회가 사람 많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니, 그냥 지역 경제를 같이 고민해보자는 생각만으로도 만족한다고들 말한다.

 

전교인 택시타고 교회 오는 것은 이제 남중교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올까봐 일부러 빙 둘러서 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교회버스도 운행하지 않는다. 교인으로서 힘들고 어려운 봉사를 못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서 하라는 말도 한다. 교회는 교인들 없이 존재할 수 없고, 교인들은 지역 주민들 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교인들 외의 사람들과도 더불어 사는 공동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