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캐는데 다른 마을에서 인부를 동원하였다. 농촌에서 농부가 없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 동원된 철새 농부들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마치 공장의 근로자들 처럼....
다른 것이 있다면 매일 매일 일하는 장소가 다르다는 것이다. 마치 파견 근로자들 처럼.. ... 그리고 먹을 거리도 각자 가지고 다닌다. 자기 취향에 따라 자기 입맛에 따라 다르게. 하지만 새벽 4시에 집을 나서는 일손이 무슨 입맛이 있어 골라 먹겠는가. 그냥 닥치는 대로 싸고 꾸리고 나선 먹거린데.
먼저 낫으로 고구마 순을 걷어내면 다음은 기계로 고구마 밭을 뒤 엎는 것이다. 예전처럼 일일이 손으로 할 형편이 안 된다니 그것도 이해가 안 된다. 그러고도 어디 농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쯤되면 고구마 공장이라고 해야 옳지 않겠는가. 그것도 같은 양이라해도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좀더 일찍 심고 좀더 일찍 수확하는 것이니 가히 식품공장이라해야 맞을 것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고구마 밭은 그 고랑부터가 다르다. 예전처럼 한 고랑에 한 두덕을 만들고 한 줄의 고구마를 심던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지금은 한 두덕의 넓이가 밭을 가는 기계의 폭에 맞추고 있다. 트랙터의 폭이 넓으면 두덕도 넓고 폭이 좁으면 두덕도 좁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다. 농촌도 끊임없는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의 혁신배가 운동처럼 농촌도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나오는 고구마는 때를 맞춰 심고 때를 맞춰 거두는 고구마에 비해 맛이 적은게 확실하다. 영양적으로는 내가 분석해보지 않아서 말은 못하겠지만, 최소한 맛으로 승부한다면 조기 양산한 고구마는 맛이 덜하다. 그러나 이른 여름에 먹는 고구마, 아직 철이 이른 고구마, 희소성으로 그 맛을 상쇄하고도 남는 그런 고구마는 그냥 또 다른 고구마 맛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조기 생산한 7월 초에 수확하는 고구마의 새로운 입맛을 길들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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