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못하는 것
세상을 살아가는 중에 내 생각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항상 무슨 문제가 생겼고, 어떤 조건이 붙어서 그것을 해결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었다. 아들이 부대배치를 받은 이번 일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들은 예전에 해안초소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있다. 해안초소에서는 목진지를 구축하기도 하고 매복을 하며 적의 침투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러기에 주로 야간의 활동이 주를 이루며, 지형지물을 잘 아는 고정 인원이 투입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렇게 한 겨울과 한 여름을 보냈다. 남들은 내무반에서 취침을 하는 날에도 비를 맞아가며 매복을 서야 했고, 가만있으면 동상에 걸리니 손을 비비고 계속하여 움직이라는 겨울에도 눈만 부릅뜬 채 잠을 쫒아야 하는 매복이었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애로사항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 부대로 전근을 하였다. 그러나 거기에서는 제대로 퇴근을 하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정시퇴근을 하였지만 반대로 일주일에 한번은 철야를 하는 날들로 이어졌다. 보통은 밤 열시가 되어야 퇴근을 생각하지만, 휴일에는 당직까지 서야 했으니 몸이 피곤하다 못해 고달픈 정도가 되었었다. 그 부대는 내부 문제로 인하여 상급부대의 감사가 계속되는 중이었고, 병사들에게는 군기확립을 위하여 교육훈련도 강화중인 부대였다. 처음에는 패전처리용 투수가 아닌가 의심을 하였었지만, 소방수로 투입되었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일이 더욱 많아졌던 곳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발령을 받은 곳은 최전방의 수색대였다. 어떤 이들은 근무 평점을 잘 받기 위하여 일부러 수색대나 특전단에 지원한다고도 하였다. 하지만 어차피 장기근무를 하지 않을 바에야 근무평점을 잘 받으려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는 곳이 군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기에 이번에도 원하지 않는 곳에 부대배치를 받은 셈이다. 아무나 지원한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수색대가 아니라고 위로를 해보지만, 그것은 정말 말하기 좋은 하나의 위로에 지나지 않았다. 누구는 보직을 잘 받아서 편하게 있다고들 하더니만, 왜 나에게만은 항상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았던 곳에서 일이 생기는지 곤혹스럽기만 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모두가 지은 죄가 많은 탓이려니 생각해본다. 자녀들에게 생긴 문제는 아비인 내가 죄은 죄가 커서 그 갚음을 받는 것 같아 미안하기까지 하다. 내가 선한 일로 덕을 많이 쌓았더라면 내 자식들이라도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부끄럽기마저 하다. 어떻게 해주지 못하는 능력없는 부모가 된 것이 안타깝다.
고위 관료들이나 지도층의 자녀는 군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던데, 그들은 능력있는 부모라서 그런가 되돌아본다. 155마일 휴전선에는 강도 있고 산도 많은데, 휴전선을 제외한 나머지 삼면은 바다로 되어있어 해안초소도 많은데, 그곳은 누가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나같이 죄 많은 민초들의 자녀가 지켜야 하는 우리 땅, 바로 그 땅에는 죄 없고 능력많으신 분들도 같이 살고 있다. 이것도 바로 내 힘으로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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