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학교 앞을 지나며

꿈꾸는 세상살이 2009. 9. 15. 15:58

학교 앞을 지나며

 

시내 구도심에서 집에 가려면 시청 앞을 지나야 한다. 그런데 시청 앞 교차로의 한 블럭을 못 와서 내가 다니던 학교가 있다. 그러니 집에 가는 길목에 학교가 있고, 나는 가끔씩 학교를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러나 급할 때 내가 이 길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호등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정문에는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이번에 발표한 특차 입시에 합격한 수험생들의 명단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많은 학생들은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여 국비지원 학교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년에도 그랬었는데 올해도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의 공립학교로서 논밭 몇 뙈기 갈아 학교에 보내려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마저 하다.

그런데 이 플래카드를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며칠 전 이메일로 선배들이 어려운 환경의 후배를 돕자는 호소문을 보내왔던 일이 있었다.

내용인즉 이러하다. 현재 2학년인 허 모군이 학생으로서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하여 일을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인문계 고등학생으로서 일하는 시간과 장소의 선택에 어려움이 있는 것에 학교측의 주선으로 학교식당에서 보조 일을 하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척추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러니 당장 생활비가 걱정인 판에 수술비는 사실 무리라는 판단이었고, 동문들이 그 부담을 십시일반으로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였었다. 이런 내용을 전해온 사람은 재경동창회장 신추 선배였다. 어떻게 보면 총동창회장이 처리해야 맞을 것도 같지만, 총동창회장 역시 서울에 주거를 두고 있으니 이곳 고향에는 자주 오지 못하는 단점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서울에는 총동창회장과 재경동창회장이 있는데 반해, 정작 고향에는 지방동창회장도 없고 총동창회장도 없으니 모순이라는 생각도 든다. 성금역시 총동창회장의 통장으로 입금을 하라고 했던 것을 보면 사전에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하여 대단한 금액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성금이 접수되었다고 들었다. 이것은 전화통화 없이 전자우편만을 활용한 자율적 참여로 모금한 성금이니 순수한 마음의 배려로 여겨진다. 다다익선이라고 좀 더 많았으면 좀 더 풍족하였으면 좋았겠지만, 적더라도 마음의 위로를 얻고 빠른 차도가 있기를 바래본다.

그런데 이 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한 사람이 바로 이 학교출신이다. 물론 허군의 일이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겠지만, 학교의 전통을 살리고 위상을 높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해본다. 갑자기 어려운 부탁을 해서 힘에 버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기는 하지만, 이번 9월1일 인사에서 취임한 김도중교장선생님은 매달 동창회에서 만나는 우리 동기이니 과감한 주문도 서슴지 않는다.

예전에 모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할 때부터 엄격하고 철저한 사전준비로 대처하는 선생님으로 소문이 났던 터이니, 교장선생님이 된 후에도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이리고등학교의 발전을 위하여 더욱 노력해줄 것을 부탁하며 파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