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패망 직전 일왕의 임시 거처와 전시최고사령부 이전을 위해 건설하던 나가노(長野)현 마쓰시로(松代) 대본영 조잔(象山) 지하호 입구 간판에 쓰여있던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 문구를 나가노시 당국이 테이프를 붙여 지웠다고 교도통신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가노시가 테이프를 붙인 부분은 조선인 노동자가 마쓰시로대본영 건설에 동원된 경위와 관련해 기술한 ‘강제적으로’라는 문구다. 이 문구는 지난해 8월부터 테이프로 가려졌다. 나가노시는 이에 대해 “일부 사람(조선인)은 자발적으로 (공사에)참여했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에 전원이 강제(동원)였던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본군의 ‘제2 대본영’으로 불렸던 마쓰시로 대본영은 일본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4년 11월 도쿄에서 북서쪽 600㎞에 있는 나가노시 마쓰시로읍 일대 3개 야산의 땅밑에 비밀리에 구축하던 지하호로 당시 현지 경찰조차도 공사 사실을 모를 만큼 철저히 비밀리에 작업이 진행됐다.
1990년부터 일반에 공개된 이 지하호 간판과 견학자 안내 전단에는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적으로 동원’됐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었다. 그러나 일부 조선인의 경우 수입을 목적으로 공사에 참여했다는 연구자들의 지적에 따라 지난해 4월 ‘강제적으로’라는 표현을 빼고 안내 전단을 다시 만들었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수뇌부가 ‘본토 결전’ 태세 구축을 위해 도쿄 대본영을 폐쇄하고 왕궁, 정부기관 등을 이전하기 위해 진행됐던 마쓰시로 대본영 공사에는 조선인 노무자 7,000여명이 지하갱도 굴착, 발파 작업 등에 강제 동원돼 상당수가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