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잡다한 무엇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꿈꾸는 세상살이 2007. 6. 18. 16:15

나는 내가 봉급을 많이 받는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어진 일에 충성하며 열심히 일하였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녁 늦게까지 근무하였는데 그것도 고맙게 생각하면서 일하였다. 물론 급여의 많고 적음이 그대로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세월 가는 줄 모르면서 일했다.

 

아침 8시에 시작하는 업무는 대략 30분 전에 출근하여 청소하고 체조를 하고 시작하였다. 점심 시간도 50분으로 단축하였고, 중간 휴식 시간은 10분씩 주어졌으며, 저녁 밥을 먹는 시간도 20분으로 짧게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녁 7시 10분까지 정상근무를 하지만, 그 시간에 퇴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체로 저녁 8시 30분이 되어야 퇴근할 시간이라고 생각하였고, 보통 9시가 되면 퇴근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국책은행의 직원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04년 기준 한국은행의 평균연봉은 8,218만원이었고, 한국산업은행은 7,781만원(2005년 8,500만원), 중소기업은행은 7,093만원(2005년6,400만원), 한국수출입은행은 8,278만원(7,200만원), 예금보험공사는 6,551만원(2005년6,100만원), 우리은행은 6,899만원, 서울보증보험은 6,106만 원이었다. 직원의 평균연봉이 이렇다면 많이 받는 직원은 아주 더 많은 금액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한국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의 청원경찰 평균임금은 6,300만원, 운전기사의 평균임금은 6,700만원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연봉이 9,100만원인 사람도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금액을 받는 사람이 청원경찰이나 운전기사라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임금이 이렇게 높다는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연봉으로 받고 있음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문제는 그런 임금을 지불하는 비용이 어디서 조달되느냐는 것이다.

 

어떤 은행은 년간 직원수를 예상하고 책정한 예산에서, 실제보다 못 미친 인원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존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처리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해진 인원을 줄인 것도 아니고, 많은 인원을 계획했다가 그 보다 적게 운용하였는데 그것을 잘했다고 113억원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준 것은, 이는 처음 계획이 잘못된 것으로 계획을 잘못 수립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할 일이다. 휴가비를 받는 것도 그러한데 특수휴가비라는 명목으로 1,00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면 그럴만한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특수은행장들은 정부투자 기관장들의 평균 임금 1억5,700만원보다 무려 4배를 넘는 6억3,6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은행 수수료는 인상하며, 입출금 업무 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니 참으로 막막하기만 하다.

 

나는 말로만 대기업의 간부였었지 사실은 비교하기가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하는 일을 돈으로만 평가하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급여는 평가의 또 다른 잣대가 되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은행의 평균임금보다도 더 낮은 금액을 받고 있었던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2006.09.27/2007.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