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상병제대라면
내가 만약 군에서 상병으로 제대를 하였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고 특별한 것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병장으로 제대하는데 유독 나만 상병으로 제대한 것이 기분은 좋지 않을지 모르나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오히려 병장을 달기도 전에 상병으로 제대하면 남들보다 좀더 일찍 제대하였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보통의 군인들이 이병 일병을 거쳐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한 후 제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특성상 병역이 의무인 경우라면 상병제대가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지 행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선택하고 결정한 경우에는 상병 제대보다야 병장 제대가 나을 것이다. 그러니 직업군인의 경우에는 좀 더 높은 계급으로 제대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이런 현상은 군대사회가 아닌 일반 사회의 모든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지인이 특별 인사에서 국장이 되었다. 전임 국장이 불명예스럽게도 정기 인사가 아닌 중도 하차하였기에 기회가 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인사를 모두가 만족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국장 자리 하나를 놓고 여러 과장들이 경합을 하였었다. 공무원 임용서열이 빠른 사람도 있었고, 현재까지 성과가 우선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때 과거의 성적이 뛰어났던 사람도 있었다.
공무원 사회의 진급적체가 만연해있는 상태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기회가 생겨난 것은 숨통을 틔워주는 단비가 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여러 사람의 갈증을 해소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법으로 인사를 단행한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최소한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은 그랬었다. 그러나 어느 누가 말하기를 인사와 투표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 수 있다고 하던 것과 같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최종까지 경합을 벌였을 두 사람의 근무평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진급 대상자 서열 1,2위인 두 사람의 문제이니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사람은 이제 정년을 1년 앞둔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아직도 기회가 많은 창창한 사람이었다.
만약 내가 실시할 인사였다면 내년에 정년을 맞는 사람을 우선 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 개인의 영광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 뒤에 이어질 연계 인사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인사로 그치는 것보다 두 번의 인사로써 진급 적체에 대한 해소는 물론이며, 적절한 긴장을 주면서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물론 두 사람간의 근무 성적이나 업무처리 능력에 차이가 없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과장으로서 진급 경쟁 1위와 2위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결과로 보아 나이가 일곱 살이나 적은 사람이 진급을 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꺼려하는 의무 병역의 상병제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나, 자신의 반평생을 바친 직업으로서의 상병제대는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단순한 동정심에서 그 사람 개인을 위하여가 아니라 많은 직원들의 사기를 복 돋우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채택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령 그 사람이 진급 서열 2위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인사가 곧 만사라고 하였다. 어떤 능력에 치중하여 처리하는 것은 나중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고, 인정주의나 연공서열에 의한 인사는 현실에 안주하는 복지부동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훌륭한 인사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때 당근은 얄밉고 내키지 않아도 주어야 하는 것이며, 채찍은 달리는 말에 편자를 갈아 끼워주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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