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뛰었다.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의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아침이다.
그러나 어차피 뛰어야 할 몸이라면 땀이 날텐데 5분 좋으라고 긴바지 긴팔을 입을 수도 없을 것이다.
누구 말대로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고 하더니 내가 그 꼴이었다.
그 내일이 나에게는 오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 1시간 30분이 걸리던 거리가 1시간에 끝나버렸다.
걷지 못할 형편이면 뛰어서라도 가야 하는 것이 우리 실정임이 확실히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내 몸은 더 피곤하다. 걸어야함에도 뛰어가는 내 몸은 혹사다.
그렇게 걸으나 뛰는 결과는 같은데 왜 뛰어야만 할까.
아무 것도 아닌 이유로 오늘도 뛰었다. 아마 내일도 뛰어야 할지 모르겠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어쩔 수 없이 뛰어야 함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나다.
그런 내가 나도 밉다.
거울도 보기 싫다. 그 속에 비친 내가 보일까 두려워서다. 한편 생각하면 지금의 내 모습이 훌륭한 것이라고 위안을 삼아보지만 그것은 내 변명일 뿐이다.
세상 살아감에 있어 오늘 아침 뛰었다는 현실을 나도 사실은 숨기고 싶은 것이다. 내가 건강하고 부지런하여 뛰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나를 포장하는 하나의 변명이다.
내일 아침에도 뛰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하여는 남모르게 다리에 힘을 기르고 폐활량도 늘려야 할 일이다. 다만 이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또 다른 두려움에 걱정이다.
나는 다른 도리가 없이 내일도 뛰어야 할 것 같다. 남이야 뭐라고 하든 말든 1년 후 2년 후에 다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하여 뛰어야만 할 것 같다.
나는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 힘든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렵다. 아니 어쩌면 삶 자체가 두려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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