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는 계속될 것인가.
우리의 국보1호가 소실되는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이 있었다. 이때 국민들은 슬픈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밤을 지새웠다. 방화범이야 처벌하면 그만이라지만, 잃어버린 역사와 사라져버린 문화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지 비통함에 쌓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목조로 된 문화재에 경계를 소홀히 하며, 아무런 대책도 없었던 예고된 사고였다고 말했다.
누구나 짐작할만한 사고, 가능성이 엿보이는 예상 사고에 대하여는 무방비 상태인대도 계획을 강행한 것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그런데도 숭례문을 복원하는데 국민의 성금을 모으자고 했다가 취소하였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국보 1호이니만큼 자발적 호응도 좋고 많은 성금이 답지할 것을 기대하였나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토록 중요한 문화재를 잘 관리하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은 드러내지 않은 채 여론에 숨어가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정말로 자신들의 관리책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치도 없이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2009년 1월 9일 정월대보름날 달집태우기 행사에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참사도 그런 맥락이었다. 넓은 화왕산은 우리나라 억새꽃의 대명사였으며, 나도 가보고 싶은 산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곳이었다.
화왕산 정상 부근의 등산로는 양쪽으로 낭떠러지가 있는데다가, 그날 마침 바람마저 불어 사고를 키웠다고 하였다. 겨울 가뭄이 심한 이때에 더구나 마른 억새꽃은 그 무엇보다 더 잘 탄다는 것을 창녕군 관계자들이 몰랐을리도 없는 터였다. 그런대도 추락방지용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은 거나 화재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것 역시 무리한 행사 진행이었다. 물론 그것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는 별개의 사안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서 1월 20일 발생한 화재도 그랬다. 재개발 예정지 철거 건물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이 농성을 벌이던 중이었다. 곳곳에 인화성물질을 쌓아놓고 죽음도 불사하겠다며 극한의 대치를 하던 중, 예상치 못한 경찰특공대 조기투입으로 부담감을 느낀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에서 비롯된 화재로 결론났다.
그러자 시너를 흘려보내며 죽기를 각오한 긴박한 시점에서, 설득과 대화보다도 더 중요하고 간절한 것이 특공대의 투입이었는가가 제기되었다. 농성 자체야 정당화 될 수 없고 잘 한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 시점 판단이 중요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경찰의 조기투입에 문제가 없다 하였고 화염병을 던진 사람이 실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며, 애초부터 농성 자체가 불법이었다는 결론을 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너가 흐르는 상황에서 다른 대책은 취하지 않은 채 특공대를 투입한 것은 무리한 집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각종 사건사고 속에 묻혀 살면서 예고된 사고였다는 단어 역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 어떤 일에 이어져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 바뀐 상황에 따라 추정되는 결과들에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 때 사용하는 문구다.
모든 일이 설령 법으로는 문제가 없다하여도 실제로 일어나면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것은 대체로 다음에 보자,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러기에 주변의 모든 요소에 대하여 꼼꼼히 점검해보아야 한다.
새봄이 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낙석이나 침하사고, 새내기 학생들의 교통안전문제 등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무언가에 쫓기는 무리한 행동보다, 예고된 참사를 막는 대책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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