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해보니
내가 사용하는 PC는 회사의 서버를 통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부터 작동이 느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알았다. 최근에 많은 자료들을 지웠으니 필시 용량부족 때문은 아니었다.
여러 경로를 통하여 바이러스를 제거하였다. 바이러스를 잡는 내 실력이 뛰어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했으면 소통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도대체가 할 일도 많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 하는데 갑갑하기가 비할 데 없는 순간들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초기화면 설정을 바꿔도 보고, 근래에 찾았던 주소를 모두 지워도 보았다. 혹시 예기치 않은 강제 실행 프로그램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소라껍질을 찾아간 주꾸미처럼 한번 틀어진 인터넷은 돌아올 줄 몰랐다.
하다하다 어쩔 수 없어 전산담당자에게 신고를 하였더니 한 마디로 인터넷 주소가 바뀌었단다. 모두들 새로운 I․P를 부여받았는데 나만 혼자 옛 I․P를 고집하고 있었던 셈이다. 내가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렇게 변경해 놓고도 아무런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담당자가 얄미워졌다.
그러나 언제 다시 아쉬운 소리를 할지 모르는 처지라서, 불평 한 마디 하지 못한 체 새로운 I․P를 입력하였다. 그래도 PC는 여전히 날진이였다. 행여나 숫자를 잘못 입력하였을까,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다시 입력해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였더니 대답은 간단명료하였다. 새로 부여한 I․P에 선을 아직 연결하지 않았단다. 그럼 앞으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제한을 두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아니란다.
전에 외국계 기업에서는 근무시간에 인터넷을 하지 못하도록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였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업무상 기밀을 외부로 유출시키지 못하도록 일반 이메일을 차단하는 조치도 있었다고 들었다. 심지어 담배를 태우는 시간을 환산하여 추가 근무를 한 후에 퇴근하도록 하였다는 말도 들었다. 모든 것이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업무상 보안을 위하여 취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해주어야지 하면서 미루는 것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인터넷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야속하기도 하고, 세상이 답답하고 조급증이 났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제는 참고 견딜만한 정도는 되었다. 처음에는 낮에 서핑하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집에 있는 PC를 혹사하였으나, 이제는 집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
문명의 편리성에 코가 꿰여 PC가 없으면 하루도 못살 것 같은 마음에, 인터넷이 없으면 한 숨도 못 쉴 것 같은 두려움에 짓눌렸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인터넷이 없는 사무실에서 8개월째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닥치면 환경에 적응한다지만, 나는 혹시 내가 환경을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 얘기하고 싶다.
먹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면, 그 뒤에 깨끗한 하늘도 보인다. 잠시 고개를 들어 우물 밖을 내다보면, 거기에도 아름다운 세상이 있어 우리를 기다린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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