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익산 00 교회 이야기

택시타고 오는 날 행사 후.

꿈꾸는 세상살이 2009. 4. 1. 09:42

오늘은 남중교회가 창인동으로 이사하고 처음실시하는 택시타는 날이다. 요즘 며칠동안 날씨가 쌀쌀하였다. 물론 2009.03.29 오늘 아침에도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일기예보에는 오늘부터 날씨가 평년으로 돌아온다고 하였지만 기대만큼 만족하지 못했다.

 

아침 5시40분까지 모이라고 하였지만, 내가 도착한 시각은 1분이 지났다. 그래도 그 시각에 교회에 오는 사람은 없으니 낭패는 아니었다. 벌써 자기 구역에 가서 배치를 마치고 주섬주섬 챙긴 소품들이 보인다. 기온이 낮으니 장갑도 끼고 겉옷도 하나씩 걸쳐 입었다.

 

하긴 평상시에도 아침 일찍 나오려면 귀찮아하는데 오늘은 택시를 타고 오라고 하니 더욱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택시라는 것이 내가 타려면 자주 오지 않다가도, 걸어서 어디를 가려면 앞뒤에서 빵빵거리면 자기가 있다고 알려주지 않던가. 그러니 콜택시 불러서 타기도 그렇고 하여 아침 1부예배에 오지 않고 2,3부 예배에 많이 몰려 올거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정말로 그랬다.

그래서인지 목사님은 1부 예배를 위한 봉사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시면서 악수를 청하고, 봉사에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다.

 

봉사자들은 3인 1조를 만들었다. 타고 온 택시비를 지불하는 사람과 돌아갈 때 택시비를 미리 건네주는 사람, 그리고 택시 문을 열면서 인사를 하고 기사용 장갑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은 한 사람이 해도 충분할 것이지만, 말이 그렇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른 새벽에는 좀 낫지만 2부나 3부 예배시에는 교인들이 한꺼번에 모여들기에, 그런 일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진행하기에 불가능하다.

 

교인 수를 두 차례의 예배 시간으로 나누고, 거기다가 한 가족이 한 대의 택시를 타고 온다고 가정하면, 약 30분 동안에 모여들 택시의 수가 계산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 교회 입구에서부터 주차장을 돌아서 후문이나 옆문으로 나가는 동선을 놓고 안내하기란 여간 복잡하고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하나뿐이던 출입문을 확충하여 최근에 두 개의 차량 출입구를 더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는 예년의 행사에 비해 더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였다. 택시비 기본요금이 인상되었고, 주행요금도 인상되었는데다. 뿐만아니라 교인 수도 증가하고 교회가 이전하는 바람에 교회까지의 거리가 멀어진 요인이 작용하였다. 그래서 봉사 요원도 평소보다 두배나 되는 사람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내가 직접 이 일에 동참하고 보니 참으로 많은 수고가 따름을 알 수 있었다. 예배 시작 전에는 차례차례로 오는데, 교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시간에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적으로 택시를 기다리려니 많은 애로도 있었다.

돌아갈 때 길게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어 들지도 않는데다가, 택시 들어오는 수가 일정하지 않았던 것이 걱정거리였다. 교회 밖에서 잠시 줄서 있던 택시라고 해보아야 겨우 몇 대에 지나지 않으니, 교인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줄서서 기다린다는 것이 지루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택시 기사분들에게 물어보면 아주 잘하는 일이라고 대답하였다. 정말 가까이서 바라다보면 금액적으로 시간적으로 희망을 주는 정서적으로 아주 좋은 일인 것 같았다.

누구는 교회가 돈이 많으니 하다가 하다가 이제는 별 일도 다한다고 할지 모르나, 설령 그렇다할지라도 그 돈은 시민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는 것이니 좋은 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 일이 아니었다면 어차피 도움을 필요로하는 기관이나 선교사업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니 그것이나 이것이나 다 좋은 일임은 확실하다.

 

이날의 택시비는 천원단위로 계산하여 지불하였다. 그러기에 100원 단위 잔돈은 기사 몫이었다. 물론 돌아가는 차비 역시 천원단위로 지급하였다. 그때도 100원 단위 잔돈은 받지 않고 기사 몫으로 하기로 하였다. 그러고보면 기본요금이 3,000원이 되는 셈이니 가까운 곳을 오가는 택시는 하루의 출발을 기분좋게 할 수 있는 기회였었다.

 

물론 하루 그런다고 가정 경제 형편이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한다는 마음에 다들 좋아하였다.

세상이 살아가는데 다들 좋아하는 일만 생긴다면 그처럼 좋은 일도 없을 터인데,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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