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혼자 살 수 있는가.
우리가 배울 때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하나의 일을 쪼개어 분업을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살아야 하니 이런 저런 일거리를 만들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고, 이혼을 한 후 혼자서 사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부부가 같이 살고는 있는데 자녀들과는 떨어져서 사는 사람도 많다. 예전에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같이 사는 그런 사회였고, 그것이 만들어낸 문화가 주류를 이루었었다. 요즘에는 삶의 단위를 가능한 작게 나누려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보니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이나 취미에 정을 붙이고 사는 경우도 많아졌다.
1998년 통계에는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 비율이 전체인구의 66%였으며, 2002년에는 62.0%, 2006년에는 61.6%, 2008년에는 61.4%로 낮아졌다. 과학이 발달하고 의료서비스가 좋아졌지만 같이 사는 가족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렇게 살아계신 부모님은 1998년에 15.7%가 자녀와 동거를 하고 있었으며, 2002년에 14.4%, 2006년에 12.9%, 2008년에는 10.3%만이 동거를 하고 있었다. 또 이들 중에 장남과 동거하는 경우는 1998년도에 30.8%였다가, 2002년도 24.6%, 2006년도 21.8%, 2008년도에는 20.1%로 줄어들었다.
다시 말하면 사회는 세분화되고 직업은 분업화되면서 부모와 같이 살기가 어려워졌으며, 따라서 부모님 부양비용도 장남위주의 가족중심에서 사회나 국가쪽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부모님의 부양비용 담당을 부모 자신이라고 답한 사람들은 1998년 41.6%였으며, 2002년에 46.3%, 2006년에 44.8%, 2008년에 46.6%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부모님을 누가 모셔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중 기족이라는 응답이 1998년 89.8%에서, 2002년 70.7%, 2006년 63.4%, 2008년도에 40.7%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것은 자녀들이 일찍부터 독립함으로써 끈끈한 유대관계가 적어졌다는 것을 뜻하며, 경쟁위주의 사회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같은 아파트의 통로에 살고 있다. 그 사람은 부인을 상처한 후 혼자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부부가 찾아왔는데, 홀로 계신 아버지를 모른 체 할 수가 없어 모시기로 하였다는 말도 들렸다. 재산이야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여유가 있는 집안은 아닌 듯했다.
그 전에는 라면을 끓여먹었는지 밥을 해먹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으며, 그 사람이 혼자서 산다는 것조차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었다. 그러나 아들이 이사 온 후로 그가 혼자 사는 노인네라는 소문이 퍼졌고, 한눈에 보아도 외톨이가 분명해졌다. 심성이 고운 그 사람은 아침 5시면 아파트를 배회하다가 사방이 어두워져서 보이지 않으면 집에 들어가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아들며느리가 없는 낮 동안은 그래도 자유스러웠지만, 직업상 수시로 집에 드나드는 며느리 때문에 그것도 마음 놓을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며느리가 불편해하고 자신이 눈치보일까봐 조심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2~3년 사이에 그 사람은 부쩍 늙어보였다.
정부에서 책임져줄 형편이 아니라면, 어차피 자녀와 같이 살아야 할 부모지만 그마저 떳떳하지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같이는 살지 않는다 하여도 자식이 부모님의 생활비를 책임져야 할 것도 분명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이 시대다. 어차피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면, 사회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재원이 문제라면 그것 또한 국가의 책임져야 한다. 불합리한 구조의 개선, 편중된 부의 재분배, 사회기여에의 책임제 등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숙제다. 우리의 부모님은 자신과 자신의 자식들만을 위해 살아오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도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였고, 일정부분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나 국가마저 해결해줄 형편이 아니라면, 이제 우리의 부모님들은 설 곳이 없어진다. 자식들은 그들 나름대로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기 때문이다.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실을 보는 지도자들 (0) | 2011.04.04 |
---|---|
칼퇴근이 있긴 있나요? (0) | 2011.04.04 |
나와 우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행동들. (0) | 2011.04.04 |
교권과 의무교육 (0) | 2011.04.04 |
아이를 키움에 장려금이 필요하다. (0) | 2011.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