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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가죽은 이유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4:25
 

다람쥐가 죽은 이유 / 한 호철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남아도는 쌀을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쌀로 술을 만들고, 빵과 과자를 만들겠다던 내용을 접한 것은 더욱 오래 전 일이다.  근래에 쌀이 남아돌기에 그것을 저장 보관하는 비용이 예삿일이 아니며, 해마다 그 양은 조금씩 늘어난다고 하니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쌀 100만 석을 기준으로 해외 무상 원조 시에는 도로 운송비 등으로 3,400억 원이 소요되고,  사료로 사용할 경우 2,600억 원,  술로 만들 경우 2,5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수심이 낮은 서해 바다를 쌀로 메워 육지로 만든 다든지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쌀 과자도 그럴 듯 했다. 

 그러나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학생들도 방학이 되어 중식 걱정을 하는 결식 아동 수가 적지 않다.  하루에 한끼 이상을 거르는 결식 어린이는 대략 7,000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 동안은 하루에 식사비로 2,500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스스로 밥을 해 먹지 못하는 어린이는 그래도 그냥 굶기가 예사다.  부모가 있어도 경제적 이유로 모두 직장에 나가고 나면, 역시 낮 동안은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쌀이 남는다고 무조건 무료 배급 주듯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얻어먹는 공짜 심리를 키울까 두려워서다.  그런데 굶는 아이들은 배고픔도 문제가 되고 그로 인한 영양 불균형으로 정상적인 성장이 우려되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혹시나 어린 아이들 가슴속에 사회의 이방인으로,  소외된 방관자로 남아 있지 않을까 두렵다.  이것은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사회를 왜곡되게 생각할 수 있고,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에는 지상 최후의 공산주의 체제가 남아있고, 아직까지 단절된 유일한 집단으로 되어있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정부가 먹여주고,  입혀주니 그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여태까지 배급된 양이 너무 적어 생활하기가 어렵고, 이것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죽음을 각오한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거기서 굶어 죽으나 오다가 붙잡혀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이니, 남한에 가서 사람답게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이제 북한은 더 나누어 줄 식량도 없고 옷도 없으며, 약간의 배급을 받아도 주민들이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것은 무노동에도 임금을 지급한 공산주의식 방식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그들에게는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빈곤층 640만 명을 위하고, 그들 중 굶어 죽게 될지도 모르는 100만 명을 위하여 내일 당장 먹어야 할 쌀을 주고 싶은 생각도 많다. 그러나 빈곤층에게는 전달되지 않고 젊고 건강한 군인들의 비축용 쌀이 되고, 혹시나 그 힘으로 우리를 위협하지는 않을지 몰라 마음대로 도와 주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것이 사회주의의 최대 단점인 것이다.  반면 중국은 사회주의의 종주국이면서도, 13억 중국 인구가 먹고 나머지는 수출하는, 신생 경제 도약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샤오강의 청부 생산제도'같은 과감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종래의 공동 생산 공동 분배의 원칙보다는, 경쟁 자유생산에서 20%의 토지 임차료를 내고, 나머지는 자신의 개인 소득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아프리카의 모잠비크나, 짐바브웨, 잠비아 같은 나라에서도 상황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에서 1,400만 명이 굶주리고 그 중 30만 명은 수개월 내에 굶어 죽게 될 지경인 것이다.  이때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하여 아주 큰 은혜의 구호식량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이들 정부는 그 구호물자를 거부했다.  이유는 유전자 변형 식물은 생태계의 자연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이며, 그로 인하여 장차 세계의 자연 질서를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라고 했다.    또 이면에는 경제 원조 방법상의 이유를 거론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나라들이 못사는 이유는 자연적, 지리적 문제로 인하여 아직까지 제대로 된 경영에 접근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경영을 제대로 행할 수 있는 곳에서도 방식의 문제라든지 규제로 인한 제약이라든지,  이념 체제의 문제라든지 하는 이유로 굶어 죽기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 경우는 그들이 힘주어 주장하고 있는 인간을 중시하는 지상낙원이거나 위대한 영도력과는 거리가 먼 잘못된 제도가 되고 만다. 

 요즘 그 흔하게 만났던 동화책 속의 다람쥐가 사라져 가고 있다.  생존경쟁에서 같은 종의 강인한 청설모에게 밀려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적자 생존의 자연법칙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상황은 적자생존의 경쟁체제보다는 전형적인 공산주의원칙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금강산에서도 고유의 다람쥐가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다람쥐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우리 관광객들이 재미로 던져준 과자나 음식물에 길 들여져서, 무노동 유임금 형태의 게으름뱅이가 되고 만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동물들은 몸 속에 저장된 지방성분으로 겨울잠을 자며 한겨울을 나는데 비해, 본래 다람쥐는 겨울 내내 쌓아놓은 양식을 먹어가며, 겨울 동안 눈뜨고 활동하며 지내는 동물이다.  다람쥐가 청설모에게 쫓긴 이유도 있지만, 달콤한 비스킷에 습관되어 무노동 유임금화 되면서, 고유전래의 섭리인 겨우살이를 준비하지 않아 결국 굶어 죽은 결과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 인간은 이러한 다람쥐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일할 수 있을 때 노동의 가치를 인식해야 될 것이다.     2002.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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