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경쟁력 / 한 호철
졸업 후 100% 취업 보장이라는 문구로 신입생을 모집한 대학들이 요즈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실 자기학교 출신들의 희망자 전원 취업이라는 것을 싫어할 교직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아 취업에 관해서는 졸업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형편이다. 국가에서 주관하는 국가고시를 치르고도 취업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취업이 되고 안 되고는 국가에서 책임질 일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업상태에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다. 고학력자가 저학력자의 업무영역에라도 취업하기 위하여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이제 일반화된 상식이다. 그러나 그들을 채용하는 쪽에서 본다면, 고학력자를 저임금자 업무에 배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업무자체가 비교적 쉽고 단순하며 일정기능만 갖추면 반복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인데, 고학력자가 그 일을 맡았을 때는 계속해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을 좀 더 쉽게 처리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개선하는 대신에, 자신의 능력에 비해 맡은 업무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을 비판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평과 불만이 쌓여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은 길지 않은 기간에 이직을 하고 만다는 것을, 채용하는 사람 역시 경험에 의하여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고학력자는 갈수록 취업의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맞추어 구직자들 역시 눈 높이를 낮추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채용자가 꺼리는 부분인 고학력자라는 간판을 아예 감추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노동 운동이 한창 태동하기 시작한 70년대에는, 이념으로 무장된 노동운동파 학생들이 고의로 학력을 속이고 취업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경영자들의 생각은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을 선동하여, 노동운동을 위한 침투작전으로 이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대한 적도 있었다. 이른바 위장취업 사건이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 후 노동운동을 일으키기 위한 다거나, 노동법에 입각한 노동자들의 권익을 찾아보자는 선동적인 목적이기보다는, 저임금의 분야라도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애걸형 취업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에 석사 박사학위 취득자와, MBA등 고학력 구직자 1,3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의 응시자가 자신의 학력을 숨긴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70%는 숨기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학력이나 능력에 어울리지 않게 하향 지원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석박사나 MBA가 채용전형에서 유리한 조건이냐는 질문에서도 이들의 65%가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이러한 내용은 기업에도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경험이 있는 195개 기업의 조사에서, 고학력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지 않다는 기업이 85%이었고, 63%의 기업에서는 아예 고학력자를 우대해서 채용해야 할 업무나 직종자체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보면 이제 우리사회는 더 이상 학력이나 자격증이 취업의 주요 변수는 아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력이나 자격증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학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고, 자격증은 필요분야에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조건으로 까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취업을 한다해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자격증을 보유했다는 것으로 업무처리가 되는 것은 거의 없고, 기업에서 다시 교육을 시켜야 되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26점 짜리 대학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해가 간다.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는 기업에서 26%만이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고급 인력들이 취업에서 밀려난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승리의 쟁취자가 될 것인가. 26% 학력 외의 또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 즉, 74%의 업무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이들은 기업의 업무에 즉시 참여할 수 있는데, IMF이후 많은 기업들이 인력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인적자원 불균형이 생긴 탓이다. 그 결과 결원이 생긴 자리에 즉시 충원하고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업무를 필요한 시기에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가치를 발휘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해야할 업무의 필요한 경험과 처리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높은 토익점수를 위하여 어학연수를 가는 대신, 학력을 속여가면서 중소기업에서 업무 연수를 하는 셈치고, 단순 저임금자의 업무에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른바 업무체험이 증가하고 있다. 힘들게 어학연수를 다녀와 봐도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는 힘들지만, 업무체험을 한 경우는 동일 직종인 경우에 즉시 현업 투입이 가능하므로 채용 선호 자원 군에 속한다. 그러고 보면 어설프게 받은 어학연수자의 외국어 실력으로는 현업 업무처리도 곤란하고, 외국어로만 실시되는 업무 부서에 배치하기도 힘들어, 결국 현업과 외국어 양쪽 모두를 놓치기 쉽다. 그러나 조금은 외국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현업에서만큼은 충분하다면, 그 부족한 외국어는 외국어만을 전공한 사람을 활용하거나 아예 외국인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업무에 대해서만은 절반의 성공은 기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취업 전쟁에서의 전략은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 유명대학의 상위 성적 졸업자, 토익 900점 이상, 필요부문 자격증 3개 이상을 확보 해놓고도 취업이 어려워 동분서주하는 것을 자주 보아온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현상이 유지되어, 학력 우선 주의보다 실력 우선 주의가 더 넓게 퍼질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은 취직하기 위한 이력서 메우는 방안이 아니고, 학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목적을 제일 주의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의 기초는 계속 발전하게 되고, 업무처리는 그 연구 개발한 결과를 이용하여 효과를 높이는 그러한 사회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교육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교원 정년을 연장 즉 변경 전의 기준으로 환원한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관청에서는 그 공약이 교육계의 난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교육 공무원들이야 교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큰 직접적인 이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이 교육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방법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정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교육문화는 어느 누군가 외쳐댄다고 해결될 것은 아니다. 국민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제도와 내면의 문화를 동시에 개선하므로 써 이루어진다고 본다. 바로선 교육을 가지고, 국제경쟁에서 또 다시 많은 국가들과 싸워 이겨야 되는 아직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2002.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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