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력 / 한 호철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하여 인구감산 정책을 폈었다. ‘둘만 나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표어도 있었고, 초기의 표어로써 좀 심한 것으로는 ‘무턱대고 낳다보면 거지신세 못 면한다.’ 라는 것도 있었다.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였고 정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은 적정 인구의 유지를 위하여 고민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인구 출산율은 1.33으로 세계 최하수준에 속한다. 세계적으로도 인구의 과잉을 우려하고는 있지만, 인구가 많은 나라든 적은 나라든 자국의 적정 인구유지를 위하여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최다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2인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면 여러 불이익을 주고 있으며, 오히려 싱가포르처럼 출산하면 여러 혜택을 주는 나라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적정인구 유지를 위하여 여러 정책을 사용하게 되었다. 특히 소규모 지자체의 경우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하여 전출방지 및 전입유도와 2인 이상 출산을 장려하는 곳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인구는 조금씩이나마 늘어나고 있어 2010년에 5천 만 명을 넘어설 것이며, 인구밀도는 세계3위로 선진국의 22배, 아시아 평균의 4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추세로 보아 우리나라는 인구 출산율이 앞으로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젊은 여성들이 인구 감소에 대한 큰 두려움이 없이, 개인적인 생활사고를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출산율이 가져오는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노인부양문제나 각종 사회 보장 부담이 증가하고 국방이나 교육, 주택 등의 파급효과도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인구감소에 대한 예측과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이 있으니 우리나라 대학의 설립이다. 최근 10년 이내에 갑자기 불어닥친 대학 설립 붐은 이제 그 결실기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은 전국적으로 대학 모집정원보다 수험생수가 많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대학모집 정원보다 수험생수가 적은 곳이 생겨났다. 이러한 현상은 소규모 지방자치 지역일수록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원래 총 인구도 적지만 수험생의 타지역 유출이 있고, 거기에 대학의 과다 설립도 문제가 된 것이다.
어느 학교의 경우는 모집 정원의 40%도 채우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숫자는 어느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한 총 학생수 비율인데, 사실상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따라 3군데 이상 원서를 제출할 수 있으므로, 중복 지원자중 타 대학 등록자를 제외하면 30%도 안될 수 있다. 이 학교는 작년에도 지원자 비율이 5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더 적어졌고, 이러다 보면 사립학교인 이곳은 재정 압박으로 심각한 사태를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학교들은 학생들이 졸업 후 어떤 진로를 택할 것인가를 고심하기 전에 어떻게 학교 운영을 정상화 할 것인지가 더 큰 과제이다.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대학간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주로 신설대학의 경우에 낮은 지명도로 인하여, 졸업 후 진로에 부담이 되므로 기피현상이 생기기 쉽다.
또 학교운영에 있어서도 국공립의 경우는 어느 정도 보조가 있으며, 학생들 역시 입학금과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학부모 역시 국공립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사립대학은 학교 운영을 거의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관계로 교육 환경에 많은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면 경제적 부담이 큰 사립학교 중에서도, 최근에 설립된 신설 대학은 글자 그대로 학생들 모셔오기 전쟁이 되곤 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부족한 대학에서는 F학점이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학점 인플레이다. 졸업 후의 진로는 학생들 개인이 개척할 것이며, 우선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제대로 졸업하여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학은 이미 운영의 악순환에 진입한 것이다. 그런 대학에는 학생들이 몰리지 않으며 입학한다해도 졸업 후 자신을 비추어 볼 때 큰 비전을 갖기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의 해법은 쉽지 않다. 많은 투자를 하여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방법과, 성적우수 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입학할 수 있고, 졸업 후에는 전원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조건 등이 붙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대학은 7년째 졸업생 전원 취업이라는 기록을 세운 곳이 있다. 한국기술교육대학이 그렇고 전국의 기능대학 역시 유사하다. 앞의 한국기술교육대학은 정부가 전액 출자한 학교로 학생들은 4주 동안의 산업현장 실습을 해야만 졸업할 수 있고, 학교의 총장도 이들에 대해 어학과 정보처리능력을 보증 서준다. 이른바 인재보증제이다. 구미기능대학은 졸업생이 즉시 산업체의 현장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도록 하며, 이론과 실기를 동일시하여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는 2003년 졸업 예정자에 대하여 400%의 구인의뢰를 접수해 놓고 있다. 전북기능대학도 470%의 구인의뢰를 접수한 상태다.
이렇게 학생들이 졸업 후 가야 되는 곳, 즉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과 연구능력을 갖춘 곳은 항상 신입생이 넘쳐난다. 이런 대학은 선순환의 고리에 접어든 것이다. 이렇게 양극화된 대학운영에서 살아 남을 길을 찾는 것은 학교 운영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 해결 방법은 쉽게 생각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자산의 감소를 인정하든지, 경영권을 포기하든지 하는 등의 강도 높은 자구책이 필요한 것이다. 고통 없는 비전은 설사 운 좋게 이루어 진다해도 값진 결과라고 할 수 없으며, 경쟁에서이길 수 있는 정도가 되지 못한다. 항상 뒤 처지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200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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