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어떤 분이 나보고 신춘문예에나 응모하란다

꿈꾸는 세상살이 2007. 5. 24. 09:43
 

 

어떤 분이 친절하게도 처음 보는 나에게 신춘문예에 응모나 하란다. 그러면서 나이 들어 직업도 못가지고 구차하게 이력서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직장을 얻으려 노력하지 말란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동안 망설였다. 블러그 활동을 접어야 하는지, 계속하여 수입원으로서의 직업을 찾으러 다녀야할지 아님 그 사람 말대로 소설 신춘문예에나 응모하여야 하는지를...


그 분은 아마 나보다 10년 정도는 연배가 되는 듯하였다. 그리고 일생을 교육계에 투신하여 후진을 양성하였고, 지금은 어느 대학의 강단에 서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었다. 자기 말대로 평생을 아이들 가르치면서 살다보니 자기는 이 세상의 스승이요, 모든 이의 선생이 되는 듯하였나보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의 글을 보고 매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저런 사람들이 교육계에서 평생을 살아왔으니 역시나 요즘 사회가 이런 것은 당연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사람은 블러그의 모든 이들이 다 자기가 가르친 제자들이고, 자기를 존경하는 것 같은 착각에 들어있었나 보다. 누구든 만나는 이마다 문자로는 존대어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언어적 하대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배고픈 걸인에게 적선하는 듯한 태도로 보였다. 정말이지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란 낡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중에 그 사람의 블을 방문하고 자기 의견과 다른 각도의 댓글을 달면서 비롯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의견이 있으며, 그를 보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블에 대한 예의는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오든지, 싫어도 그냥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고 나오든지 하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것도 모르는 나는 일생을 교육계에 투신하셨다고 자랑하는 그 분에게 감히 다른 의견을 내고 말았으니 그것이 문제였었나 보다. 


그런데 특히 교육자로서 다른 사람의 가슴에 못 박는 말은 정말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나에게 새로운 직업을 찾는 대신 신춘문예나 응모하라고 하였는데 그 말은 참으로 서운하기 그지없었다. 마티즈를 설계한 디자이너가 슬럼프에 빠져 술에 취한 채 다음 설계한 모델을 가득 실은 화물선을 꿈꿀 때, 돈 없으면 국내 자전거 여행이나 하지 무슨 해외 여객선이냐고 핀잔한다면 그 속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다행히도 나에게는 사업자를 내고 하는 직업이 있다. 누구와 달리 매출이 줄지 않을까 걱정하며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고정적인 매출원이다. 그런 내가 또 다른 명함을 갖는 직업을 찾기 위한 것이 뭐 그리 잘못이란 말인가. 나를 아는 어떤 사람은 나에게 부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또는 사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이사로 상무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영향력이야 많든 적든 사회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비록 유명하지 못하여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문단에 등단한 이후로 얻은 또 하나의 호칭이다.

이런 내가 들은 말이 월급쟁이 돈 벌러 다니려 할 것이 아니라, 꾸며대는 말은 조금 할 줄 아는 모양이니 작가나 되라는 식의 비아냥하는 말이었으니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없는 글 솜씨를 숨기는 중이었는데, 이제는 내놓고 말하지 않을 수도 말 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되고 만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자칭 교육자라는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듣다니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벌써 몇 십 년 전에 고등학교 졸업성적 상위우수자에게 부여하는 대학입학 장학생 추천서를 쓰러 갔다가, 입시철인데도 학교에 선생님이 안 계셔서 학교장 도장을 못 찍고 그냥 돌아온 슬픈 기억이 있다. 결국 자력으로 입시를 치르고 합격은 하였지만 그때부터 교육자에 대한 시각이 양분화 되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 닫힌 마음의 선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직업적인 교사일 뿐이라고 말한다. 많은 선생님들이 있어 참교육을 부르짖고 있지만, 어떤 이는 자기도취적인 수입원으로서의 직업의식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으로서의 교사, 즉 수입원을 목적으로 하는 선생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다만 그러한 직업의식을 가지고도 자기가 참 스승이라고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가르치고 네가 배운다는 식의 떡 한 조각 떼어주는 듯한 자세가 문제가 된다고 본다. 특히 교육자에게는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하고, 기뻐도 기쁘지 않은 척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가르치는 기술은 그냥 자동차를 고치는 기능과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실천하고 남을 배려하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