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다.
무궁화꽃이 피었다.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무궁화가 꽃을 피웠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다. 그런데 이 무궁화가 진딧물이 많이 꼬이는 식물이다. 이를 두고 여러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이익을 원하는 국가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과 같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어찌 보면 그도 그럴듯한 표현인 듯도 하다.
그런데 이 무궁화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이런 면에서는 무궁화를 따라올 다른 식물이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무궁화를 말로는 국화라고 하면서도 항상 언덕진 곳 자투리땅에 자생하는 것을 쳐다보거나, 야산의 여러 잡목 사이에서 외로이 살아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뻐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었다.
최근에 와서야 무궁화가 가진 여러 특성을 알리며, 장점을 부각시키고, 국화로서의 그 위상을 부추기는 노력을 하는 정도다. 무궁화동산도 만들고, 무궁화공원도 만드는 등 자긍심을 되살리자고 부산을 떨고 있는 정도다. 하긴 내가 생각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는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화려하지 않다는 이유로, 목재로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열매를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홀대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오래 전부터 울안에 두고 보거나, 집의 경계용으로 울타리 대용으로 심어 가까이 두기를 주저하지 않았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긴 세월을 살아왔다. 바람이 불면 부는 바람을 맞아 강하게 버티기도 하고, 때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픈 고통도 받았을 것이다. 비가 쏟아지면 몸 하나 가려줄 우산을 받쳐주는 사람이 없어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버텨 온 생명이다. 또 엄동설한에 눈이 오면 한기를 막아줄 거적때기 하나 덮어주지 않아도 툴툴 털고 일어난 무궁화다.
때로는 몸살이 나서 앓기도 하고, 동상에 걸려 가지를 잘라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를 심어 준 주인을 위하여 울타리 역할을 충실히 해낸 무궁화다. 특별히 거름을 주고 가꾸지 않았어도, 때를 맞춰 단비를 주지 않았어도 훌륭히 커 준 무궁화다.
은혜로운 무궁화는 자신을 희생하여 주인을 섬길 줄도 안다. 뜨거운 여름에는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기고 하고, 비가 오면 병아리를 품는 어미 닭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찬바람이 불어 올 때 그 기운을 막아주는 방풍림이 되기도 하고, 피고 지고 마치 생을 다한 듯하다가도 다시 피는 꽃은 우리를 채찍질하는 스승이 되기도 하였다.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무궁화가 사실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냥 그렇구나 보고 지나치던 무궁화가 식용으로, 약용으로, 관상용으로, 목재용으로 어느 부분이든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꽃을 사랑하고, 우리 꽃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그런 노력들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하여 어느 한 사람의 노력보다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이 알고 있는 무궁화의 장점을 전파하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본 중에서 가장 키가 큰 무궁화가 꽃을 피웠다.
울타리용으로 심어 놓은 무궁화가 줄을 지어 서 있다.
총체모양의 꽃 = 설악으로 추정됨
하얀 무궁화 = 백단심계의 원화로 추정됨
간밤에 무궁화를 의지하여 밤을 지샜을 개구리!!
분홍 무궁화 = 아사달계의 칠보아사달로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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