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잡다한 무엇들

할 수만 있다면 담배 농사는 안 짓고 싶단다

꿈꾸는 세상살이 2007. 7. 5. 12:32

담배잎이 커서 그런지 그냥 풍성한 느낌을 준다. 담배의 이파리가 넓고 길어서 한아름 안으면 손이 모자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어쩌면 그 잎으로 임금님 가마의 그늘을 만들어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의 상상도 남겨주는 농작물이다.

 

올해의 담배 작황은 좋은 편이라서 네 번을 수확한다고 한다. 보통은 세번을 수확하는데, 줄기에 달린 잎의 수가 20개를 넘으면 네 번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담배를 심으면 자랄 때까지야 손이 가지 않는 식물이다. 그런데 정작 돈이 되려는 수확시에는 일손이 많이 가기로 유명하다. 다른 농사는 기계나 인력으로 수확을 하고 나면 바로 매출로 이어지거나 저장에 들어갈 수 있는데, 유독 담배는 추가로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 만난 농부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소연하듯 들려 주었다. 어제 세번째 수확을 하였는데 이제는 이 잎을 들고 건조장으로 가야 한단다. 그런데 마침 비어있는 건조장이 없어 어쩌지도 못하고 건조장을 새로 지어야 할 형편이다. 담배를 말려야 돈이 되는데 그것을 위하여 건조장을 짓는 것에 돈이 들어가고 수고가 들어가야 하지만 그냥 말 수도 없다.

 

잎을 따고 건조시키고 손질하여 포장하는 것은 여간 일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담배농사를 하기 싫은 농사라고 한다. 그래도 담배농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전량 수매라는 판로가 확보된데 따른 것이다. 거기다가 이처럼 많은 일손이 가는 것도 모내기가 끝나고, 보리타작도 끝나고, 조금은 여유로운 때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농약 한 번을 치지 않아도 별 무리없이 농사가 가능하다는데 있다.

 

애써 하고 싶지 않은 농사이지만 노는 땅을 그냥 보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 농부의 삶이요, 가꾸어 먹는 것이 사 먹는 것보다 더 비싸게 치지만 그래도 농사를 짓지 않고 사 먹을 수도 없는 것이 농부의 삶이다. 그래서 농사는 곧 농부의 삶이요, 인생의 일부인 것이다. 비록 그것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 하더라도 모른채 그냥 멀리만 할 수 없는 그런 것 말이다. 어금니가 빠져 중요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때에 홀로 남은 사랑니가 있어 잇몸 보다야 낫지 않느냐고 하는 심정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