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강화에서 의정부까지

꿈꾸는 세상살이 2007. 10. 5. 11:09
 

강화에서 의정부까지

인천 강화에 살면서 의정부로 출퇴근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러기를 벌써 몇 년째다. 강화가 얼마나 좋고 의정부가 얼마나 좋아서 그러는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친구가 어느 쪽에도 소홀하지 않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언젠가 그 친구에게 멀리까지 출퇴근을 하는 이유를 물어 본 적이 있다. 그 때의 대답도 역시 두 곳 모두가 좋아서 그런다고, 앞으로도 계속하여 살고 싶은 곳에 조금 먼저 옮긴 것뿐이라고 하였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현재의 불편함은 참아야 한다는 이론이었다. 얼핏 들으면 지극히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으나, 자세히 곱씹어보면 모든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는 음과 양이 있으니, 한 쪽이 빛을 보면 한 쪽은 어두워지는 것이 당연하겠다. 어떤 일에 있어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는 논리다. 문제는 어느 쪽에 더 치중하고, 어느 것을 포기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때의 선택은 즐거운 마음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그런데 이 친구는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하고, 무난히 소화해 낸 경우라 하겠다. 문제는 이러한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장거리의 출퇴근에 따른 시간의 낭비와, 교통체증의 제공, 교통비의 낭비, 육체적 피로 등 불편한 점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이러한 점을 모두 극복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느 사람들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공무원이기는 하였지만, 때로는 비상근무나 대기근무가 많았을 소방공무원으로 발이 묶이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이렇게 복잡하게 주어진 상황의 여러 조건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것으로 인하여 조직의 화음을 깬다거나 규율을 망가뜨리지 않는 중용의 자세를 유지하였기에 가능하였을 거라는 추측이 든다. 이러한 유추는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작년 여름 영월 청령포에서의 일만 해도 그렇다. 어떤 친구들은 휴가를 내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휴무 토요일이라서 오전부터 모여 들었었다. 그러나 이 친구는 오전 근무를 마쳤으나 일요일에 당직이라서 올 수 없다는 연락이 왔었다. 하긴 강화와 의정부를 오가는 사람이 어떻게 영월까지 오겠느냐고 모두들 이해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올 사람은 모두 모였고,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할 즈음 이 친구가 도착하였다. 한 사람이 더 많다거나 적다고 하여 대세에 영향을 주는 행사도 아니고, 단체예약에서 한 사람의 음식비나 숙박비용이 추가로 지불되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한 사람의 참여로 단체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날도 그랬었다. 어떤 모임의 절대 유일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피대를 돌려주는 원동기의 회전축은 아니더라도, 그냥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라면 어느 부분 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이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의 동강 래프팅을 위하여 심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에 그 친구는 다시 일터로 떠났다. 우리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당직 근무를 위하여 출발한 것이었다. 우리 집행부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조용히 배웅을 하고, 고마움을 전했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은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친구들에게도 조언을 하고, 생활의 아픔을 달래주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그런 친구가 이번에 소방정으로 승진을 하였다. 소방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직책을 맡게 된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아무렴, 이 친구의 평소 행동으로 본다면 어려운 직분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으리라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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