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요 작은 소망이다.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일이지만 오늘 아침 첫 예배시간에 목사님이 화를 내셨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는데 예배시간에 꾸벅꾸벅 졸지 말라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말 같았다. 신성한 교회에서 졸고 있다는 것은 뭔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 신자는 화를 당해도 싸다 싶을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니 그 역시 얼마나 졸리면 졸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오늘 아침 첫 예배에 참석하기 위하여 6시에 일어났다. 걸어서 교회에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이면 된다. 그만큼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다. 씻고 정리한 후 걸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남들은 일요일이라고 늦잠을 잔다거나 아예 점심때까지 자는 경우도 있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 교회에 가지 않는 평일이라 하여도 아침 7시에 식사를 하니 어쨌거나 일어나는 시각은 아침 6시 전후다.
어쩌다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한 경우라 하여도,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만 한다. 그래야 또 하루가 시작되는 출근 시간에 늦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이 피곤할 경우에는 근무시간에 조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극히 예외적일뿐이다. 직장이라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지친 몸을 쉬게 하거나, 바짝 조여진 긴장에서 늘어지고 싶으면 그때는 정말로 늘어지게 자고도 싶은 마음도 생긴다.
평상시 지친 몸에다가 마음의 평화를 얹어주고, 나만 외톨이에 영적으로 소외된 것 같은 상태가 되면 교회에 간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영육간에 무거운 짐을 벗기 위하여 교회에 가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교회에 가면 지치고 찌든 몸이 활력을 찾으며, 눌리고 어두웠던 마음이 밝아지고 평화를 얻는 것 같더니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나보다.
우리는 교회에 가서 신과의 만남을 경외하며, 죄과에 대한 사함으로 거듭남에 찬양을 한다. 따라서 교회에 가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찬양을 하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얻는 것이다. 나 같은 죄인들은 교회에서 졸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 죄사함을 받지 못하면 언제 다시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속죄를 받고 거듭난 사람들은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겪을 정도는 벌써 지난날에 다 겪었고, 이제는 신과의 교통만이 남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육체는 여기 있으나 영혼은 천상체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거기에는 못 미치더라도 몸과 영혼이 평안해지면서 긴장이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교회에서 조는 사람들은 이미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에게는 누가 뭐래도 영적으로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매체와 교감하는 시간이다. 목사님은 이런 신자를 두고 예배에 열중하고, 찬양에 열중하라고 나무라셨다. 그러나 사람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하여 교회를 찾았으니, 맘껏 쉬도록 하여야 함이 최상의 예배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느 잡신이야 자기에게 제물을 쌓고 제사만 풍성히 올리기를 바랄 것이지만,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이야 어찌 거기에 비유할 것인가. 영원한 안식을 얻고 평화로운 천국에 가는 것이 교인들의 목적이라면, 일시적인 안식을 얻고 잠시나마 평화를 얻는 것이 바로 작은 천국일 것이다. 교회는 바로 하늘나라 천국에 가는 길임과 동시에 지상에서 맛보는 천국의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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