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에 올라보니 바다가 보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청량산에 올랐다. 자주 들르던 블러그의 글과 사진 중에 청량산이 있어서 더욱 반가웠던 산이었다. 등산로 입구에 자세히도 적혀있는 팻말을 보니 반가움이 더하였다. 숙소를 나선지 채 5분도 안되었는데 마음은 벌써 산을 다 오른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런 마음도 잠시뿐, 정작 산의 초입에 이르자 깎아지른 듯 서있는 바위며 가파른 언덕은 나의 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하였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한 시간 남짓. 아무리 늦어도 한 시간 30분 안에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늦지는 않을지 조바심이 생겼다. 행여 길을 잃어 헤매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혼자 나선 탓이었는지 연수원 정문을 나설 때 갑자기 뒷골이 땡기고 어지럽던 생각이 났다. 그렇다고 시작한 길을 돌아 서는 것도 그렇고, 이미 엎질러진 물을 퍼 올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주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랴 싶어 강행하기로 하였다. 최대한 호흡을 조절해가며,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않으면서도 나름대로는 애를 썼다. 어떤 이들은 나와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벌써 산을 내려오는 이들도 있어 나의 마음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없어졌고, 그렇게 머뭇거리면 시간만 낭비할 뿐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힘이 솟았다. 길게 이어진 계단을 뛰어오르고, 가파른 언덕길도 단숨에 올랐다. 주위에는 안전한 등산을 위하여 메어 놓은 밧줄이 있었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듯 호기도 부려보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중간에 서서 마치 정상에라도 오른 양 몸을 푸는 사람도 있었고, 길가 벤치에 앉아 도를 닦는 듯 명상에 잠긴 사람도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름길은 있는지 누구를 붙잡고 마땅히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자기 할 일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 처음 오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에 서운하였다. 자기들은 잘 차려입은 등산복이나 가벼운 운동복을 입었으면서도 나같이 반바지에 구두를 신은 사람을 보아도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들이었다.
어찌어찌하여 정상에 올라섰다. 눈앞에 펼쳐지는 넓은 바다는 그냥 한 폭의 그림이었다. 어제 말로만 듣던 인천대교의 공사가 한창이다. 이제 마지막 상판만 이으면 맞닿을 듯 보인다. 눈을 돌려보니 아제 행사를 하였던 연수원의 지붕도 보인다. 이곳이 바로 송도라는 안내문구가 여기저기 나붙어있다. 인천 송도에서 가장 높은 산, 청량산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하여 부지런히 걸었다. 그렇게 내려오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그리던 청량산의 모습이 아니었다. 내가 가보고 싶어 하는 청량산은 아침 산책코스로 나가는 그런 산이 아니었다. 그곳은 저 먼 곳, 봉화에 있는 높은 산이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누가 이 산을 청량산이라고 하였는지 따져 볼 수도 없었다.
나는 조용한 아침에 혼자서 청량산을 등산한 사람이었다. 계곡이 발달해 있고 거기에는 작은 절리도 있는, 그런 멋진 산에 반바지로 등산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날 아침에 청량산에 다녀왔다는 말은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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