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가 가진 또 다른 의미
지난 토요일에는 경차를 타고 꽃구경을 다녀왔다. 그다지 먼 곳이 아니더라도 언덕배기에 푸른빛이 나고 논밭에 나가는 농부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새 생명이 움트고 만물이 소생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없는 자연의 영역이다.
내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내 차는 아들에게 주고 나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차를 고려해 보자고도 했었다. 그래서 미리부터 가장 작은 마티즈에 정을 주는 중인데 예상보다 빠른 결정을 하게 되었다. 아들 녀석이 급히 차를 사겠다고 상의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기왕에 살 때에 조금 큰 차를 사는 것이 그냥저냥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삶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미래의 수입 가치를 당겨다 쓰면서 폼 나는 차를 사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이것저것 비교해보더니 자신의 수입으로는 경차를 타야 맞다고 말하는 그 생각이 가상하였다. 분수를 아는 것이 고맙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내 마음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타협안으로 다리라도 뻗고 탈 수 있도록 하자고 하였다.
휴일 아침, 우리는 즐거운 모닝을 타고 나섰다. 봄나들이 가는 길은 차량으로 가득하였다. 공원에서는 도로가에 세워둔 차량들과 오고가는 사람들이 뒤섞여 혼잡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길이 좁아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때에도 아들은 잘도 빠져나갔다. 주차장은 들고나는 차량으로 엉키고 섥켜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일방통행 길에서 꽃구경도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후회도 되었다. 그런데 다 왔으니 내리라는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니, 운전이 서투른 아들은 용케도 주차를 하고 난 뒤였다. 이른바 경차의 위력을 실감하는 찰나였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생각보다 운전을 잘 한다고 칭찬하면서, 내 차와 바꾸자고 떠보았다. 그러나 대답은 여전하였다. 큰 차는 그냥 줘도 못타니 자기는 모닝이 좋다는 것이었다. 경차는 연료비가 적게 들고, 고속도로 통행료가 할인되어 비용도 절감된다고 하였다. 거기다가 등록비와 자동차세에서도 혜택을 받으니 아주 좋은 차라고 자랑이 이어진다. 듣고 보니 그럴 듯도 하다.
안전으로 말하면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차가 매일같이 사고 나는 것도 아니니 그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운전은 나만 잘한다고 안심되는 것이 아니나, 애기 다루듯 큰 차들이 양보하고 배려해 준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보였다. 이참에 나도 내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작은 차에 대한 배려를 우선하자고 다짐해본다.
서로 양보하고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 경차를 타면서도 안심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차는 편리하라고 있는 것이기에 그 용도에 충실하면 된다. 어떠한 차라도, 타고 있는 사람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아는 사람들은 오늘도 경차를 타고 세상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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