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생각나는 사람
나에게도 12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항상 연말이 되면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그 기억은 남에게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부끄러운 일이다. 따라서 나는 아직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일을 얘기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2009년 12월인 오늘 남에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것은, 나도 그와 같은 입장이 되었기에 바로 내일이거니 하고 생각하는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2월은 내가 어느 월간지에 원고를 보냈고, 그 글이 독자투고란에 실린 때다. 당시는 내가 필명을 사용하여 수필로 등단을 한 해이기는 하였지만, 그 월간지에는 등단작가명이 아닌 본명으로 보냈었다. 그 이유를 들자면 지금도 그렇지만 일단 등단작가라는 이름은 가졌어도 솜씨가 부족한 상태였고, 그런가하면 회사에서 매달 구독하고 있는 월간지였기 때문에 회사에 나를 알리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였다.
어찌되었건 내 글은 채택이 되었고 연말을 장식하는 12월호에 실리게 되었다. 미리 연락을 받아서 알고 있었던 나는 회사로 배달된 월간지를 챙겨서 꼼꼼히 읽어보았다. 내가 쓴 글은 맞았지만 처음 원고대로는 아니었다. 그것은 실어야 할 지면이 부족하여 긴 글을 적절히 줄여서 내보낸 것으로 생각하였다. 사실 글이 줄어든 것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내 글이 실렸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러던 어느 날 통장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왔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인데다가 지금 알려달라는 다그침에 통장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던 나는 잠시 후에 알려주겠다며 끊었다. 그리고는 통장번호를 확인하고 이메일로 또박또박 적어서 알려주었다.
그 뒤로 나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메일로 독촉하여 왜 원고료가 오지 않느냐고 물어도 답이 없었다. 화가 나서 회사에 연락하여 담당기자를 확인한 후 전화를 했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바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또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 뒤로는 내가 전화를 하면 아예 받지도 않았다. 회사대표에게 연락하여 혼을 내주자고 생각을 하였다가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곤 하였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회사 대표에게라도 말해서 바로잡았더라면 더 좋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그와 같은 신분의 명함을 갖고 보니 웃음이 나온다. 세상은 좁고 할 일도 많다더니 내가 그와 같은 직종의 일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본시 일반 기자의 급여는 적고 광고나 프로젝트의 업무를 배정받아 충당한다고 들은 바가 있었는데, 한 해가 저무는 12월에 생각나더라도 그런 저런 이유로 참고 그냥 넘어갔던 일이 떠오른다. 5년 전의 기자는 신속, 정확, 공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신문의 기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자라는 명함은 같은 역할이었을 것이다.
요즘 나는 문화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료를 모으고 현지를 답사하는 것은 물론이며, 누군가가 이야기하면 귀를 기울이고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혹시나 누가 잘못 전달이라도 할라치면 한 마디 거들고 나서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것은 문화재와 역사에 관한 것은 정확하고 공정하게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알림이 역할을 하는 기자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금 늦더라고 정확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우리 사회의 밑거름이 되고 기초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의 기자이름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나는 것으로 보아 기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진다. 정말로 바른 신문, 바른 기자의 역할은 우리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것은 어느 한 사람뿐 아니라 한 사회와 국가를 들었다놓았다하는 힘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폭넓게 문학인의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하였다. 내가 진정으로 사회의 한 요소가 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며, 그의 실행에 일조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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