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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에 저축한 어떤 사람의 항변

꿈꾸는 세상살이 2010. 1. 18. 10:04

제2금융에 저축한 어떤 사람의 항변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는 신협이나 농협 그리고 저축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있다. 반면 거대한 제1금융권은 시내 중심지나 인구 밀집지역에 있으니 좀 불편하다면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은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더라도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12월31일을 마감으로 영업이 정지된 ㅈ저축은행이 있다. 이 은행은 우리지역을 근간으로 하여 제2금융시장을 형성하였으나 얼마 전에는 실적부진으로 특정지역의 지점을 폐쇄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연말에 돈이 생겨서 이 은행에 맡겼다. 물론 여유가 있는 돈이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데다, 새해가 되면 바로 써야 할 돈이었기에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보통예금으로 하였다. 큰 금액도 아니라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연휴동안 집에 두기도 그래서 12월 30일에 저금을 한 것이다. 그런데 12월31일을 마감으로 영업을 정지한다는 소문이 나니 그저 황당하기만 하다. 이웃에 있어서 믿고 맡겼는데, 높은 이율을 목적으로 위험을 담보한 것도 아닌데, 그냥 자기네 수신고 높여서 좋고 나는 현금을 집에 놓지 않아서 좋으려고만 하였었는데 이렇게 곤란하게 하다니 정말 야속하기만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제2금융권에서는 더 높은 이자율로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기에, 항상 반대변수의 부작용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 많은 이자를 주려면 대출자에게서 더 많은 이자를 받아야 하므로 대출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대출자는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져 결국은 결손처리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자 확실한 담보를 원칙으로 대출을 해주지만 종국에는 경매된 물건이 제 값을 받지 못하여 떠안는 손해가 발생할 여지도 다분하다.

결론은 많은 이자를 받기 원하면 혹시나 모를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이니, 반대로 보통예금의 경우라면 불안한 마음을 가지면서까지 제2금융권에 저축하지 말라는 답이 나온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 이해 계산적으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 반드시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

12월30일의 영업창구에서 보통예금은 은행의 구조개선에 별 도움도 되지 않을 터이니 그냥 돌아가라는 말을 해줘야 맞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다. 하긴 은행에 저축하러 온 사람을 그냥 가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보통예금을 받지 않았을 다른 방도는 없었을까. 연말이 되자 옆에 있는 다른 은행에서는 지금 ㅈ은행이 어려워서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던데, 정말로 다른 방도가 없었을까. 공공의 성격을 띤 제2금융권에서 조금이라도 피해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였었다면 정말로 보통예금을 막을 방도를 찾지 못했을까.

문제는 ㅈ은행의 경우 공공의 성격을 띤 게 아니라 공공의 성격을 이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금융권이라면 남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높이려는 일반 기업과 다를 바가 없으며, 공동의 이익보다 나만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채업자와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저축은 투기가 아니라 권장해야할 생활이다. 흔한 말로 투기가 아니면 투자가 되어 투자 후에 입을 손실은 본인이 감수하라는 것도 틀린 말이다. 만약 보통예금을 투자라고 부른다면 이 세상은 온통 투자와 투기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개인별 저축율은 2009년 현재 4%대에 머물렀다. 내가 경제활동을 시작하던 1977년도 후반기의 저축율이 17%대였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제는 마음놓고 저축도 못하는 세상이라서 저축율이 낮아진 것일까. 공공을 위하는 사회, 건전한 사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