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대는 시장이 내가 사는 세상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며 시장구경을 나섰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시장은 초입부터 북새통이다. 주차장에 진입하는데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집을 여러 채나 사서 주차장을 만들었는데도 전혀 나아졌다는 느낌이 없다. 돌아서는 골목마다 들어찬 것은 트럭인데 그들은 ‘너나 잘하세요.’ 인사를 한다.
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깡마른 몸매에 옷도 걸치지 못하고 입술만 진하게 칠한 녀석이 보인다. 바로 그 옆에는 세상보기가 두려운지 푸른색의 안경을 낀 채로 눈망울을 굴리는 놈도 있다. 봄밭에는 며느리요 가을 논에는 딸이라지만 그래도 세상을 보는 눈에는 색안경이 없어야 할 것이다.
완연한 봄이건만 게으름뱅이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녀석들은 추운 겨울을 난다고 서로 포개고 칼잠을 자더니만 몸이 얼어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가하면 폼생폼사라며 사지를 펴고 버티던 녀석도 보인다. 그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우리네 입맛 돋우기는 마찬가지 아닐 것인가.
사시사철 때가 없어진 마당에 오늘은 자기가 주인이라고 우기는 풋것도 눈에 띈다. 따지고 보면 양지 밭에서는 세입자나 주인이나 같이 가야할 친구 아닌가. 내가 남으면 세를 놓고, 내가 아쉬우면 세를 들면 그뿐인데, 정말 풋내기들이나 아웅다웅하며 싸울 일이다.
멀리 내다보면 세상은 지구촌이라더니 처음만나는 종자들도 많다. 그나마 책에서라도 보았다면 이웃사촌이나 되는 양 친근감이 들기도 한다. 사먹을 것도 아닌데 어쩌다 만난 소개팅 친구는 이름을 들어도 흥미롭다. 그러나 내게 상관이 없으면 들어도 바로 잊어버리는 우리네 습성을 어찌도 그리 닮았는지 알 수가 없다.
남들은 걸친 옷이 무겁다고 벗어던지는 마당에, 새로운 옷을 들고 나온 사람이며 가벼운 신발이라고 펼쳐 놓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네모난 판 위에 타원형 왕구슬을 올려놓고는 이것이 닭보다 먼저라고 원조를 들먹이기도 한다.
지난 장에 만났던 인삼은 예전보다 몸이 더 수척해졌지만,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서인지 머리에는 개구리 왕눈만한 혹을 달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아는 체하는 김장수는, 고맙다고 웃는 선한 사람을 영락없는 맹구로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넓은 주차장의 한 가운데에는 화장실도 아닌 것이, 주차요금 정산소도 아닌 것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누가 봐도 손을 대야할 집인데 버티고 버티다가 쉬어서 못 파는 떡이 되어버렸다.
어디서 흥하면 어딘가 쇠하는 것이 흡사 우리 인생과 같다.
달콤한 빵 냄새가 콧구멍을 간지럽힌다. 전병이며 양갱과 밤과자가 먹고 가는 것은 공짜라고 귓구멍을 간지럽힌다. 입에 발린 달콤함은 모이는 사람마다 한 봉지씩 들게 만든다. 공짜라는 말에 입은 먹으려하는데, 야한 달밤에 걷고 싶으냐며 손은 머뭇거리기만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흥하면 반드시 쇠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겹 포장 속을 못보고 살아가는 우리다. 역시 한낮 북적거리는 시장 속에 우리네 삶이 배어있다. 어깨가 부딪쳐야 내가 살아있음을 알고, 배탈이 나봐야 신선함 음식을 고를 줄 알게 되는 세상이다. 북적대는 시장판이 곧 세상이고, 그 속에서 오늘도 내가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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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긴 싸다. 당근 한 바구니에 1천원이면...
당근만 싸고 단감은 안 싼가?
방송에 몇 차례 나온 집이다. 이런 일이 많으니 귀찮은가 보다. 나보고는 왜 사진을 찍느냐고 성화다.
장터 분위기메이커 뻥튀기.
간식집은 돌아다니다 다리 아플까봐 중간중간에 가는 곳마다 나보다 먼저 와있다.
오늘 어떤 집은 개업이란다.
동물전에는 작은 동물들이 모인다. 개, 닭, 토끼, 오리, 고양이, 염소...
익산시 특산품, 날씬이 고구마, 여기는 날씬하지는 않은 그냥 고구마다.
각종 과일나무와 꽃나무는 시장 입구의 교차로 부근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익산의 대표적 특산품인 화강석!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며 이로 만든 각종 생활용품들...
내가 좋아하는 떡집,,,,
머리가 보호하는 용품, 더워도 하나, 추워도 하나, 시원하면 멋으로 하나...
목재에 옻칠을 한 교잣상, 찻상...
민물고기, 이것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완성된 반찬들, 생활이 바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잡곡들, 시골에서 농사 지으신 분이 조금씩 가지고 계신 곳은 좁은 골목길에 따로 있다.
여기가 바로 조금씩 가지고 오신 분들의 집합 장소다. 이런 곳도 중간에 아주 많이 형성되어 있다.
꽃가게도 넓은 도로의 한 쪽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교통에 지장을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북부시장의 한 구성요소다.
생선가게.
이렇게 돌아다니려면 신발도 필요하겠지...
물론 야채도 먹어야 하고.
겨울철 실내관리도, 가습기도, 장식도 한 몫하는 숯이다.
등 긁는 효자손부터 파리채, 손톱깎기, 머리 빗, 고무줄, 생각나면 불러보는 모든 잡화들이 있다.
옷가게도.
이불전도.
해산물도.
집안을 장식할 화분도 있다.
벌써 어둑해졌다. 가을 하루가 귀가를 재촉한다.
사진을 옮겨놓고 보니 생닭, 순대국밥, 어묵제조, 건강원, 한과, 주차장, 자장면집, 길거리사탕 등이 빠졌다. 그리고 시장 내부는 몽땅 빠졌다. 지금까지 둘러본 것은 시장의 건물 외부를 돌아본 것이다. 이것들도 언제 다시 찍어야 할텐데... 날을 다시 잡아 보아야겠다. 건물은 정식으로 허가난 상설 북부시장이고 건물 주변은 5일장으로 서는 공간이다. 이 북부시장은 홈페이지를 갖춘 시장이지만 이 부분만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은 보통 시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부장이 형성되는 5일장은 4일과 9일이며 사방 300m가 넘는 지역에서 장이 열린다. 여기는 하천 복개도로도 아니고 버려진 공터도 아니다. 상설시장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시장 주변의 상가건물들과 그 사이의 이면도로를 따라서 장사꾼이 모여든다.
혹시 보시는 분이 다른 시장에는 있는데 여기 북부시장에는 없는 것을 지적하시면 즉시 찾아보고 사진으로 올려놓겠습니다. 익산 북부장이 전국 최대의 재래시장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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