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나는 오늘도 공짜를 기다렸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0. 1. 19. 08:38

 

나는 오늘도 공짜를 기다렸다.

 

나는 오늘도 공짜를 기다렸다. 유원지에 가도 주차요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입장료는 물론이며 특히나 문화재 관람료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뭔가 내가 수고하지 않고 얻은 것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나는 또 다른 공짜를 찾아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천원이 넘어가는 주차료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디에 놓여있는지도 모르는 문화재 관람료는 그냥 빼앗긴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래 전부터 거기 있었기에 망정이지, 제주도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것에 대한 관람료였다면 아깝다는 생각은 아마 몇 곱절은 하였을 것이다.

오늘 배달된 전단지를 훑어보았다. 어버이날을 맞아 특별 할인판매가 있었고, 심지어 어떤 물건은 덤으로 하나를 더 준다는 것도 있었다. 때 마침 문자 메시지도 날아든다. 00 마트에서는 우수고객 특별할인 행사에 돌입하고 나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한다. 이처럼 많은 공짜들에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우리는 벽장 속의 곶감을 빼 먹는 재미에 빠져 들고 있다.

와우아파트가 무너질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질 때는 남의 나라 일인 줄 알았었고 우리는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성수대교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우리를 위하여 만들어진 모든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숭례문이 불에 타서 무너지는 광경은 내 마음도 같이 타 들어가게 하였다. 기왓장이 쏟아져 내리고 기둥이 쓰러지는 것은 내 몸의 뼈가 꺾이는 고통이었다. 숭례문이 우리 집 대문도 아니건만, 그것도 한 번 만져본 적이 없건마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고 그냥 얻괒 하는 것에 대한 결과였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상응하는 대가는 다른 곳에서라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건들이었다.

요즈음은 무료로 관광을 시켜준다는 곳도 많은 세상이다. 그 사람은 수고롭지만 나는 그냥 얻는 공짜라는 것이다. 건강식품을 거저 나누어 주거나, 아픈 사람은 무료로 치료해 준다는 곳도 부지기수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이자 없는 자금을 빌려준다는 곳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찾아가고 있다. 단지 공짜라는 그 한 마디에, 신기루일줄 알면서도 안 가볼 수 없는 사막이나 되는 양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최근 뉴스는 세종시로 범벅되어있다. 전에는 행복도시라고 하더니 이제는 그런 말이 없어졌다. 20번도 넘게 확인한 말이라고 하는데, 이제와서는 대를 위해서 바꿔야 한다고 한다. 그럼 전에는 대를 위하지 않고 소를 위해서 한 말이었다는 것인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던데, 그냥 내가 편하려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면 그 뒷감당은 누가 지어야 한단 말인가. 국가의 장래가 어떤 약속을 가지고 어떤 계획하에 움직여져야 하는지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걱정이 된다. 혹시 우리가 대가를 치르지 않는 공짜를 너무 기다린 결과는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