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보고나서 생각하기

두타연에 대신 다녀왔습니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0. 5. 7. 08:46

양구에 있는 두타연에 가보았다. 우리나라 숨은 비경 중에 몇 안 되는 곳이다. 그만큰 훼손이 안 되었다는 뜻이다. 안식년제로 입산이 금지된 지리산의 칠선계곡도 그랬었다. 들리는 것은 물소리뿐이고 아직 산새도 찾아 오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니 자연 계곡에는 우리뿐이었다. 아니 또 하나 있었다면 우리가 통제구역으로 들어가지는 않는지 지켜보던 독사녀석일 것이다. 사실은 그녀석도 일광욕을 하러 온 것이지 나를 감시하러 온 것

은 아닐테지만...

 

6.25때에는 이곳도 격전지였으며 현재도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뢰지대표시도 있고, 군데군데 당시의 흔적들을 모아놓은 곳도 보인다. 두타연을 흐르는 계곡물도 당시에는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인근에 피의 능선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녹슨 철모와 탄통, 그리고 수통과 지뢰파편 등이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러고보니 또 다시 다가오는 현충일에 앞서 처연한 노래소리 비목이 들려오는 듯하다.

 

물은 맑고 하늘은 푸른데 너무 외로우니 역시 사람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나보다. 출렁다리를 건너자 아직 못다핀 진달래가 봉오리를 내민다. 꽃은 예전에 서로 만나 본적이 있었다는 듯이 손을 내민다. 그러나 내가 보았던 예전의 그 꽃은 현재의 이 꽃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같은 종일 뿐이다. 그러나 꽃은 내가 마치 그 때의 나인 양 착각을 하나보다. 아니 어쩌면 그렿게 생각하고 싶은줄도 모른다. 자기를 보아주는 사람이라고 해야 일년에 겨우 한두 사람일터이니 그냥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냥 모른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해준다. 이 꽃도 아마 사람이 그리운 것은 마찬가지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