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정월(正月) 12지일(十二支日)
1. 십이지일(十二支日)의 의미
음력으로 정월은 한 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설날부터 12일 동안의 각 일진(日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기리는 것이다. 따라서 정월 초하루뿐 아니라 처음 맞는 12간지를 택하여 그에 적합한 행사를 하고 기념하였던 것이다.
이날은 그 해를 표방하는 간지(干支)의 동물에 따라서 몸에 털이 있으면 유모일(有毛日), 몸에 털이 없으면 무모일(無毛日)로 나눈다. 따라서 12간지(干支) 중에 쥐, 소, 호랑이, 토끼,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날은 털이 있는 날이며, 용, 뱀날은 털이 없는 날이 된다. 이때 설날이 유모일이면 그해는 오곡이 잘 익어 풍년이 든다고 하였고, 상점이 첫 문을 열 때에도 무모일에는 열지 않을 정도로 가렸던 날이다.
2. 설날(正初)
설날은 정월 초하루를 말하며 이날은 한 해의 첫날로써 여러 가지 행사를 하는데, 각종 음식은 물론 흥을 돋우는 놀이도 추가되었다. 한편 설날을 맞이하는 사람 역시 경건한 마음을 가지며 행동도 소박하고 정결하게 하였다. (별도검토)
3. 인일(人日)
인일은 음력으로 정월 초이레를 말하며 이를 사람의 날로 정해서 인일(人日)이 되었다. 12간지로 보면 초이레는 다른 동물의 날이지만 인위적으로 사람의 날로 정한 것이다. 따라서 1월 7일은 인일과 12간지일이 겹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친히 제학(諸學)들을 불러 과거(科擧)를 보라는 칙령을 내렸는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 과거 시험이 인일제(人日製)다. 그래서 인일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포부를 펼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그런 날인 것이다.
그 뒤에 삼월삼짇날과 칠월칠석, 그리고 구월 중양에 치르는 과거를 명절에 치른다하여 절일제(節日製)라고 하는 것과 비교된다.
4. 동인승하사(銅人勝下賜)
정월 초이레인 인일(人日)이 되면 임금이 동인승(銅人勝)이라는 거울을 각료와 신하(閣臣)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동인승이란 작고 둥근 거울을 말하는데, 손잡이용 자루가 달렸고 거울 뒤에는 신선이 새겨져 있었다.
5. 상자일(上子日)
정월 들어 처음 맞는 쥐의 날을 자일(子日) 혹은 상자일이라 하고, 이 날은 특별히 쥐를 없애야 한다며 들에 나가 논과 밭의 두렁을 태우는 쥐불놀이를 하였다.
충청도의 풍속에서 유래된 자일(子日)의 쥐불놀이가 요즈음에는 보름날 쥐불놀이로 변하여 시행되고 있다. 이로써 논밭을 둘러보며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 놀이는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져서 현재는 대보름날의 풍속으로 굳어졌다.
쥐는 자시(子時)를 의미하므로 밤 11시부터 오전 1시에 방아를 찧으면 없어진다고 믿어 밤중에 방아를 찧었다. 이때 마침 찧을 곡식이 없으면 빈 방아라도 찧어 요란한 소리로 쥐를 몰아내었다.
조선시대에 어리고 지위도 낮은 환관(宦官)들이 횃불을 땅에 끌면서 ‘쥐주둥이 지진다’하며 돌아다녀 쥐를 핍박하던 풍속이 전한다.
6. 상축일(上丑日)
정월 들어 처음 맞이하는 소의 날을 축일(丑日)이라 하고 소달기날이라고도 한다. 이날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쉬게 하였으며, 각종 나물과 콩을 삶아 먹여 위로하고 살찌게 하였다. 이날은 칼로 도마질을 하지 않고 쇠붙이로 된 연장을 다루지도 않는 풍속이 있다. 도마질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쇠고기를 다지는 것에 비유되었고, 쇠붙이 연장은 논밭을 가는 쟁기에 비유되어 소에 대한 배려였던 것이다.
7. 상인일(上寅日)
정월의 첫 번째 맞는 범의 날로 인일(寅日) 즉 호랑이날이라고도 한다. 범날에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호환(虎患)이 두려워서 서로 왕래를 삼가며 특히 아녀자들은 외출을 하지 않는다. 혹시 이 날에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게 되면, 그 집의 식구 중에서 누군가가 호환을 당한다고 전한다.
8. 상묘일(上卯日)
정월의 첫 토끼의 날을 묘일(卯日)이라 한다. 토끼날에는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대문을 열어야 일 년 동안 가정의 운(運)이 융성하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주부들도 남자가 대문을 열고 밖에 나간 다음에야 방문을 열고 나와서 밥을 짓는 집도 있었다.
묘일은 장수를 비는 날이기도 하여 남녀 할 것 없이 명사(命絲) 즉 명주실을 걸어두었다. 이 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팔에 건다든지 옷고름에 매달기도 하고 또는 문돌죽에 걸어 두었는데 그렇게 하면 명이 길어진다고 믿었다. 또 묘일에 실이나 베를 짜서 옷을 지으면 장수한다고 믿어, 부녀자들은 실을 짜고 옷을 짓는데 열심이었다.
9. 상진일(上辰日)
정월의 첫 용의 날을 진일(辰日)이라 하는데, 주부들은 진일 이른 새벽 샘에 나가 물을 길었다. 설에 의하면 용의 날 새벽에 하늘의 용이 우물 속에 들어가 알을 낳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용알이 든 우물물을 가장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으면 한해의 운이 좋고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래서 물을 처음 떠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잘라 우물에 띄움으로써 자신의 행적을 알렸다. 그러면 다음 사람은 아직 아무도 떠가지 않은 다른 우물에 가서 물을 떠와야 했다. 보이지 않는 용알은 처음 물을 뜨면 같이 올라온다고 믿었던 때문이다.
이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마치 용처럼 길게 자라난다고 한다.
10. 상사일(上巳日)
정월의 첫 뱀날을 사일(巳日)이라 부르고, 이날만큼은 남녀 할 것 없이 머리를 빗거나 깎지 않았고 또 감지도 않았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집안에 뱀이 들어와 화를 입게 된다고 한다. 또한 빨래와 바느질도 하지 않았으며, 땔감나무를 옮기지도 않고 집안에 들여 놓지도 않음으로써 뱀이 살만한 곳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또 긴 나무 끝에 솜뭉치나 머리카락을 달아매고 불을 붙인 후 뱀구멍에 대었다. 그러면 연기가 들어가서 뱀이 불냄새를 싫어하여 도망을 간다고 믿어 ‘뱀지지기’ 혹은 ‘뱀그슬르기’를 하였다.
11. 상오일(上午日)
정월의 첫 말날을 오일(午日)이라 하였다. 이날은 옛날부터 말을 숭상하는 풍습이 있어서 좋은 먹이를 주고 위로하며 말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 말날에 장을 담그면 장맛이 달고 빛깔이 좋다고 하는데, 이것은 말이 콩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은 강한 양기를 가진 동물이므로 말띠 남자는 좋고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고 한다. 특히 병오년에 난 백말띠 여자는 혼처 구하기가 어려워서 병오년에는 일반적으로 출산을 꺼렸다고 한다.
12. 상미일(上未日)
정월의 첫 염소의 날을 미일(未日)이라 한다. 이날에 어촌사람들은 출어를 하지 않았고, 섬 지역에서는 약을 먹어도 효험이 없는 날이라 하여 약도 먹지 않는 풍속이 전한다. 염소는 물을 싫어하므로 풍어(豊漁)를 약속받지 못하는 날이라 여겼던 것이다.
13. 상신일(上申日)
정월의 첫 원숭이 날을 신일(申日)이라 하였다. 이날은 일손을 놓고 쉬는 날이며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는 속설이 있다. 따라서 칼이 있는 부엌에 귀신이 찾아오는 날이라고 하여, 새벽 일찍 담이 큰 남자가 부엌에 들어간 다음 여자가 들어가기도 한다.
14. 상유일(上酉日)
정월의 첫 닭날을 유일(酉日)이라고 한다. 이날은 부녀자가 바느질이나 길쌈을 하면 손이 닭발처럼 흉하게 변한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날이다. 그것은 마치 닭이 모이를 찾아 주위를 파헤치듯이, 아녀자들이 자칫 상서로운 일을 흐트러트릴까 걱정되어 지어낸 말이다.
15. 상술일(上戌日)
정월의 첫 개날을 술일(戌日)이라 한다. 이날은 일을 하면 개가 텃밭으로 나가서 피해를 준다고 전한다. 이것은 주인이 가는 곳에 개가 항상 따라다니므로 이날만이라도 개를 편안히 놓아두라는 말로, 하루라도 개를 생각해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 이 날 풀을 쑤면 개가 먹은 것을 토한다고 하여 풀 쑤는 것을 금하고 있다.
16. 상해일(上亥日)
정월의 첫 돼지날을 해일(亥日)이라 하는데, 이날은 팥가루로 세수를 하였다. 특히 얼굴이 검은 사람은 왕겨나 콩깍지로 문지르는 세수를 하였는데, 이는 돼지가죽처럼 검은 얼굴을 희게하고 딱딱한 살결을 곱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
조선시대에는 어리고 지위도 낮은 환관(宦官)들이 횃불을 땅에 끌면서 ‘돼지주둥이 지진다’하고 외웠는데 이는 게으른 사람을 돼지에 빗대어 채근한 것이다.
이 날 바느질을 하면 손가락에 덧이 나서 아리며, 머리를 빗으면 풍기(風氣)가 생긴다고 전한다.
17. 고마이날
정월 열엿새 날을 귀신날 또는 귀신 붙는 날이라고 하여 바깥출입을 삼갔다. 이날은 모든 사람들이 종일토록 집안에서만 지내고 쉬는 날이다. 만약 남자가 일을 하면 연중 우환이 생기고 여자가 일을 하면 과부가 된다고 하였다. 행여 이승에서 과부가 되지 않으면 저승에 가서라도 과부신세를 못 면한다고 하였으니 얼마나 지독한 주문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먹고 마시며 놀던 것을 이제 그만 그치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길고 긴 명절풍속을 하루아침에 뚝 끊을 수가 없으니 이날까지만 일을 하지 말고 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만 놀고 일하자는 것에 반함으로 직설적으로 말을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라서, 그만 귀신이 붙은 날이라고 둘러서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이날은 까치가 목화를 모두 쪼아버린다고 하여 까치날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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