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잡다한 무엇들

보라색 무꽃이 하얗게 변하더니 씨방이 여물었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0. 5. 10. 14:13

배추꽃잎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것에 비해 무꽃은 대담하게 폼을 잡고 벌어진 것이 다르다. 물론 모양도 다르기는 하지만 색깔도 다르다. 무꽃은 처음에 보라색으로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차 흰색으로 변한다. 이것이 볓에 밭아서 변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꽃색이 하얗게 변한 지금까지도 무는 싱싱하고 파란 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그냥 생각하기에는 원래 꽃색에 쉽게 변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색감만 들어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와 배추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운다. 예전에도 한 밭에 같이 심어 그런 것을 보아왔고 지금 이 사진에서도 그런 것을 알 수 있다. 무도 배추와 같이 자가 경작으로 얻어진 씨앗은 품질이 저하되어 새롭게 개발된 종묘를 사용하여야만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최근의 어떤 무는 겨우내 보관을 하는 도중 바람이 들지 않는 품종도 개발되었다. 그런 무는 그냥 깍아 먹어도 서글서글하고 과즙이 많으며 맛도 좋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하얀 꽃이 시들면 이제 곧 씨가 여물 것이다. 그런데 아차하는 사이에
꽃이 다 여물어버렸다. 부지런한 사람은 내년에 뿌릴 씨앗을 받았다. 무줄기를 꺾어다 거꾸로 매달아 말려서 씨를 털어내면 된다. 무거운 씨방이 여린 줄기를 짓눌러 얽히고 설키면 곤란하기에 매달아 놓는다. 통통 여문 씨방이 흡사 올챙이배처럼 튀어나와 있어야 좋고, 이것은 커다란 고자리를 연상케한다.

그런데 이번 2010.06.13. 일요일에 본 무씨말리는 사람은 충분히 자라지 못했는지 어찌 생기다 만 것처럼 보인다. 손으로 씨방을 비벼 보아도 마치 채송화씨만큼이나 작은 씨가 나올 뿐이다. 사실은 굵은 들깨처럼 보여야 잘 여문무씨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