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꽃이 피었다. 말하자면 배추도 자기 종족을 퍼뜨리고 싶다는 얘기다. 이렇게 하여 얻어진 배추씨는 다음 배추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보통 얻어지는 배추씨는 갈수록 퇴화되어 품질이 좋은 배추를 얻을 수 없게된다. 그래서 종자를 개량하고 연구하는 종묘회사가 생겨난 것이다. 인간이 필요로 하여 많은 연구를 한 결과 지금은 배추 뿌리만 수확하는 종자가 생겨날 정도다. 다시 말하면 필요가 바로 발명의 어머니인 셈이다.
예전에 어렸을 적에는 배추가 꽃을 피우기 직전에 배추벌레가 보였다. 작고 여린 솜털을 가진 배추벌레를 잡아다 닭에게 주면 아주 좋은 별식이 되었다. 항상 풀이나 모이만 먹던 닭들도 오랫만에 육식으로 맛을 감상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배추벌레가 바로 나비의 애벌레였다는 것은 학교에 가서 배운 뒤에야 알았다. 요즘 아이들은 좋은 책과 시설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우리때만 해도 공부는 학교에 가서 하는 것이 전부였고, 집에 오면 일하는 것이 바로 학생의 본분이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선택받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무엇이 행복인지는 몰랐지만 최소한 그런 환경에 대해 불만이나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았었다.
다 자란 애벌레가 성충이 되어 자기를 키워준 노란 꽃에 앉아 꿀을 빨아먹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어려서는 뭘 모르니까 그렇다치더라도 성충이 되어서도 배추를 터전삼아 먹고 산다는 것은 일생동안 그렇게 신세만 지니 너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정상적인 밭에서는 배추벌레를 보기가 쉽지 않다. 잦은 농약살포로 토양이 죽어서 배추벌레의 알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만나는 나비는 산속 구석진 곳이나 버려져 돌보는 이 없는 방치된 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아니면 인공으로 배양하는 시설에서 보호받는 것들뿐이다. 그런 대표적인 경우로는 함평 나비축제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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