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내 말의 진정성

꿈꾸는 세상살이 2010. 8. 12. 08:55

내 말의 진정성

 

내가 하는 말에는 나의 뜻이 담겨있다. 내가 하는 말에는 나의 생각이 담겨있고, 나의 혼이 담겨있다. 내가 하는 말은 나를 대변하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어느 행사에 참석하였다. 그때 사회자는 아주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처음에는 행사를 주관한 단체에 저런 소속원이 있었는가 생각하였었는데, 이내 그가 행사를 위하여 다른 곳에서 파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우선 화려한 복장으로 청중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하였지만, 그의 말은 청중을 흩어놓기에 충분하였다. 그는 말하는 도중에 ‘... 하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자주하였고, 자신의 실수에 대하여도 ‘...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는 말을 두 번이나 하였던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때로는 실패도 한다. 그래서 실수는 병가에서도 일상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니 분명 잘못된 실수라 하더라도 나무라기보다는, 그 실수에 대하여 어떻게 용서를 구하고 어떻게 하여 만회하는가를 지켜보는데 관심을 두기도 한다.

얼마 전에 끝난 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응원에 힘입어 많은 당선자를 내었다. 그런데 이 지방선거운동기간에는 유래없는 천안함 사건에다가, 군사정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덥잖은 내용의 북한 간첩사건에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에다가, 그리고 공무원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 등 아주 복잡하고 심히 염려되는 일들로 시끄러웠었다. 그런 가운데 선거가 끝났고, 급기야 국민들은 민주당에 많은 관심을 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과 제1야당은 모두 정책선거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였고, 오로지 현안으로 떠오른 바람몰이에 더 신경을 썼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두고 혹자는 말한다. 민주당이 좋아서 찍어준 것이 아니니 민주당은 기고만장 하지 말라고.

그런데 선거라는 것이 원래 가장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선출된 민주당 인사들에게 기고만장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기 보다는 차라리 지난 선거에서 내가 뽑아준 여당 즉 한나라당이 각성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자기가 선택해주고 나서 민주당을 향해 기고만장 하지 말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혹시 민주당이 사리분별을 못하고 정말로 기고만장이라도 하였단 말인가.

어떤 사람은 이번 선거가 아주 요란하게 시작하더니, 막상 투표를 하고 나니 조용히 막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고 본다. 공식 선거홍보물에 특정 정당의 내용이 빠진 채 전달되는가하면, 투표자 수보다 개표자 수가 많게 보도되어 의혹을 주었다가 다음날 투표자수를 수정확정 하였고, 일정지역에서 교육감 투표자 수와 광역단체장 투표자 수가 다르게 나왔으며, 한꺼번에 8번을 기표해야 하는 정도의 사상 유래없는 선거였으며, 이로 인해 여러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벌어졌는데도 그냥 조용히 막을 내렸다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애써 부정하는 태도이며,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해보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도 지도자들이 하는 말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말에 진정성이 없고, 웬지 거짓말처럼 들린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민들은 지도자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어떠한지 돌아보지 않는다. 물론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내 말에 나의 진실을 실어 보낼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