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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원짜리 우표가 꼭 필요한 것일까.

꿈꾸는 세상살이 2010. 8. 10. 15:26

220원짜리 우표가 꼭 필요한 것일까.

 

어느 날부터 식당입구에서 사원들의 식권을 받던 사원이 없어졌다. 사원들은 매일 먹는 밥값으로 미리 사둔 식권을 제출하였었다. 물론 이런 식권제출 제도조차 없어진 것은 아니니, 그냥 자율에 맡기고 출입을 허용하는 제도가 생긴 것이다.

전에 식권을 받는 사람이 있었을 때에는 미처 식권을 준비하지 못한 사원들이 현금으로 내거나 옆 동료에게서 식권을 빌려 내기도 하였었다. 그런데 이를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지니 식권을 준비하지 못한 사원들은 예전처럼 동료에게서 빌려 내기도 하였지만, 일부는 그냥 들어갔다가 다음 날 한꺼번에 제출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사용하다가 남은 식권은 다음 달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달려있었지만 전반적인 사원수준이 향상된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자율 출입으로 바뀌고 난 후에도 식권 회수에는 차이가 없었던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처음에 강력하게 반발하던 노조에서도 좀 더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일에 신경을 쓰게 되었으며, 하루 세 차례 식권을 받던 전담직원의 인건비를 사원들의 후생복지에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요즘은 이런 일들이 사회 여러 곳에 적용되고 있음을 본다. 우선 코레일에서 집표원이 없어진 것을 들 수 있다. 요즘 우리 국민들의 문화수준이 향상되었고, 시민의식이 높아짐으로써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이와 동시에 개찰구에서의 개표원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표원이나 개표원을 계속 둔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것이 자신의 일이라면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유동인구를 감안하면 혼자서 처리할 수 도 없으며, 최소한 두 사람에 예비 인력까지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완하는 제도가 생겼다. 열차 운행 전 구간을 한두 사람이 맡는 열차 내 검표제도다. 이것이 바로 경영혁신이고, 공정개선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여유가 생긴 부분을 서비스 개선으로 돌린다면 계속하여 발전할 선순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설사 비용측면에서는 같다고 하더라도, 서비스측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우체국의 경우는 어떨까. 현행 우편요금제에 따라 일반 우편인 경우 5그램까지는 220원을 받는다. 그리고 25그램까지는 250원을 받으며, 50그램까지는 270원을 받는다. 사실 돈으로 받는 것은 아니며 조폐공사에서 발행 우표를 붙이게 되어있다. 그리고 우체국에서는 이 돈을 주고받으면서 직원이 거들어주고 있다.

만약 이것을 시민을 믿고 자동으로 한다면 어찌 될까. 우표는 별도로 인쇄를 하지 않으니 조폐공사의 운영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종이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창구에서 돈을 주고 우표를 파는 직원을 줄일 수 있어 1석3조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때 우표는 현재의 지하철 자동판매기와 같은 기계를 놓고, 우표 대신 자동소인이 날인되면 족할 것이다. 그러면 외국인들은 현지에서 보낸 편지로 더 값진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금액은 100원이나 200원 혹은 300원 등 거스름돈이 필요 없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면 우표요금 10원 20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서비스해도 밑지지 않는 우체국이 될 것이다. 이때 만약 측정된 무게만큼의 요금을 납부하지 않고 적은 금액을 낸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일부러 그러지는 않을 것이니 그냥 넘어갈 정도의 아량은 필요하겠다. 이렇게 하면 굳이 우체국이 아니더라고 은행이나 관공서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편지를 부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주요 각국의 우편요금에 비해 현격히 싸다고 자랑하고 있다. 어쩌면 우편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말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금이 220원에서 230원으로 변하여 조폐공사는 10원짜리 우표를 찍어 일거리를 만들고, 국민들에게는 우표를 두 장 붙여야 하는 불편한 제도를 선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조폐공사는 직원들 직장을 보장하기 위하여 있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보조역할을 할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혹시 지하철이나 버스요금 자동결제와 같은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220원이나 270원 같은 요금을 적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방향을 잡았다면 거기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하면 되는 것이며, 문제는 변화될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가는 변하지 않으면서 국민에게만 변하라고 하면 결국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미친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국민을 미친 국민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국가와 정부도 같은 템포로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