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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유원지 남이섬

꿈꾸는 세상살이 2010. 8. 18. 14:57

성공한 유원지 남이섬

 

우리는 흔히 말하길 남이섬의 강우현 사장을 성공한 경영자로 평가한다. 하마터면 그냥 파묻혀버릴 남이섬이 지금에 오도록 가꾸어놓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이섬이 더 이상 운영을 계속할 수 가 없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고, 이때 강우현은 월급 100원을 받으면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어차피 문을 닫기로 한 마당에 조금 늦게 닫아도 상관은 없다는 생각으로 경영권을 넘기게 되었고, 오래지 않아 연간 200만 명이나 다녀가는 새로운 휴식 명소로 거듭나게 된 곳이 바로 남이섬이다.

 

이런 남이섬은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섬,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하여졌고, 서울에서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줄을 잇는 곳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경영의 진수를 맛보기 위하여 일부러 찾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강우현 대표가 남이섬을 운영하기 시작할 때는 모든 구성원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하였었다. 그리고 고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하였다. 하나의 예로 고객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하게 하는 일은 바로 남이섬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며, 그것으로 자신의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하도록 한 것이다.

도로를 내는 사람은 이곳에서 뛰어놀 자신의 손주를 생각하며, 퇴비를 만드는 사람은 썩은 냄새가 아닌 거름향기를 맡고, 나무를 베는 사람은 나무의 향기를 찾아냄으로써 일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런 요구는 당시 상황에서 잘 들어맞았다.

일하는 사람들은 주인의 심정으로 고객을 대하고, 고객은 이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또 다른 요소는 역발상이었다. 잘린 나무의 등걸을 위로 하여 가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든지, 폐품을 이용한 조형물과 같은 것도 일상을 깨는 특별한 발상이었다. 어떤 일이든 일을 할 때는 고객의 입장에서 일을 하였다.

서로의 마음이 전달되자 좋은 소문을 내는 선순환이 계속되었고, 급기야 남이섬이 경영의 성공케이스가 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내가 듣던 남이섬은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자연과 어우러진 휴양지였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남이섬까지는 너무나 먼 거리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기 전에는 찾기 힘든 곳이다. 그래도 남이섬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우선순위에 속해 있었다.

그러던 2010년 5월 어느 날, 나도 남이섬을 방문하였을 때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인간의 개발이 남긴 흔적으로 조금은 위축되기도 하였다. 내가 들은 남이섬이 처음부터 이랬더란 말인가. 아니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것일까.

 

남이섬은 가는 곳마다 볼거리 생각거리를 제공하였다. 가다가 심심할 때쯤 되면 가게가 있어 입도 즐겁게 해주었다. 때로는 제멋대로 자란 나무를 만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인공으로 만든 계단을 지나면서 사람의 힘이 무한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눈의 피로를 씻어주는 연못은 자연인 듯하였지만 알고 보니 인공이었고, 야외음악당에 자연사박물관이며 해외문화 소개소 등도 발길을 묶는다.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 없었는데, 정작 다리가 아파 쉬려하니 마땅히 앉을 만한 자리가 없었다. 비라도 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비를 피할 만한 공간을 찾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대형 마켓이나 백화점에서 고객을 유도하는 동선연구가 생각이 났다. 견물생심이라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필요한 물건이 보이면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는 구조 말이다. 남이섬은 더 이상 휴양지가 아니었다. 이제는 분명한 유원지에 속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람이 모이고 돈을 쓰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곳으로 느껴졌다.

 

강우현 대표가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 이것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 처음부터 그가 이것을 원했다면 정말 그는 기업의 성공한 경영자일 것이다.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경영자의 덕목 중에 가장 우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처음에 원했던 곳은 조용한 휴양지였다면, 그 후로 남이섬의 운영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도 있다. 유원지에 나무만 많이 있다고 자연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배를 타고 갔다고 하여 낭만적이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내용적으로는 비슷하지만, 휴양지가 조용히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곳이라면 유원지는 놀면서 쌓인 피로를 푸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이섬은 처음부터 휴양지로 만들어졌을까 아니면 유원지로 만들어졌을까. 나는 그것을 확인하지 못한 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