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봄쑥말리기

꿈꾸는 세상살이 2011. 4. 27. 08:38

2011.04.20.

아침 일찍 쑥을 캐러갔다. 두 명이서 3시간을 합하여 6시간 동안 캤다. 그래도 도시락은 한 사람만 먹고 한 사람은 굶어서 밥값은 많이 들지 않았다. 여기에다가 오고가던 차량의 기름 값을 더하면 최소 5만원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었다.

쑥이 많이 나는 곳을 찾다보니 시외로 나가야 하였는데, 그것이 싫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도로가나 오염된 곳의 쑥을 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캐온 쑥은 정성스레 캐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검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약 2시간 동안의 다듬는 작업을 필요로 하였다. 이 작업도 아무리 적게 잡아줘도 1만원의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는 노동이라 할 것이다.

 

2011.04.21.

새볔 같은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쑥을 씻었다. 어제 풀밭사이에서 캐온 데다가 집에서 다듬고 나니 깨끗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커다란 고무통에 물을 가득 붓고 설설설 부셨다. 시간이 아깝다고 빨리 씻으려고 힘껏 문지른다면 쑥이 녹아버리기 때문에 주물주물 하는 정도로 하여야 한다.

쑥씻기는 2시간이 소요되었다. 다 씻은 후 바구니에 쌓아 놓은 후 시장에서 팔던 쑥과 비교하니 오늘 수준으로 대략 7만원 어치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제 들어간 비용이 최소 5만원이었으니 시장에서 사나 내가 뜯으러 가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시장에서 파는 쑥은 까치집처럼 엉성하게 쌓아놓은 데다가 잘 다듬는데 2시간과 물로 씻는 2시간의 비용인 2만원을 더해야 하며, 다듬으면서 소실되는 양이 1만원어치는 되므로 사실은 10만 원 이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것은 나는 그래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시골의 청정지역에서 캐왔다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내다파는 쑥들은 대체로 출처도 분명하지 않아 도로가나 논둑 등 가까운 곳에서 쉽게 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쌀도 유기농 쌀이나 저농약 쌀이 훨씬 비싸던데 이 쑥도 시장의 쑥보다는 훨씬 비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쑥이 가지는 특출한 성분은 우리 몸을 이롭게 하지만, 공해에 시달렸거나 농약에 병들어 있다면 그만큼 효과가 적을 것은 분명한 이치다. 그렇다면 이 쑥은 50% 혹은 100% 높은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어 15만원 많게는 20만원어치라면 수긍이 갈까?

깨끗한 쑥이라서 5번을 씻었는데, 고무통의 바닥에 남는 찌꺼기를 보면서 씻으니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온 뒤에 캐온 쑥은 10번을 씻어도 깨끗하지 않던 것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먹을 것이니 내가 알아서 만족하면 그만 씻어도 될 것이다.

다 씻고 난 후 물이 빠지자 쑥의 무게를 달아보았다. 자세히 재다보니 2kg 소용량 저울을 사용하여 여러 번 측정하였다.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잰 후 다시 빈 용기의 무게를 측정하여 감하였다. 어제 캐온 쑥은 모두4.5kg 이었다. 4.5kg에 20만원이라면 내가 생각해도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내가 매일 끼니로 먹는 음식을 비싸게 사서 먹는 것이 아니라, 몸이 약해서 20만원어치의 보약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전혀 아깝지 않고 어제의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

끓는 물에 데쳐 식힌 후 조금씩 잡아 쥐어짜려니 1시간이나 걸렸다. 시골처럼 넓은 장소가 있었다면 말리기가 쉬울 텐 데 아파트 거실에 종이를 깔고 말려야 하니 불편한 점도 따랐다. 토요일쯤에 다시 쑥을 캐러 가려고 하였는데 마침 금요일에 비가 온다니 그것도 걱정으로 등장한다. 풀에 물방울이 있으면 작업하기에 불편하려니와 흙물이 묻은 쑥을 씻는 것은 아주 어려운 노동이기 때문이다.

 

2011.04.22.

어제 씻은 쑥이 잘 말라가고 있다. 쑥은 그냥 말려도 되지만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말리면 더 좋다. 데치면 부피가 줄어들면서 잘 마르는 것은 물론 누렇게 뜨지 않아 고운 색깔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햇볕보다는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더 좋다.

선풍기를 틀어 주면 더 빨리 마를 수도 있겠지만 구석구석에 앉아있던 먼지가 날아다닐까봐 참았다. 그러나 비가 오는 등 날씨가 흐려지면 어쩔 수 없이 선풍기를 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