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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사

꿈꾸는 세상살이 2011. 10. 10. 11:38

어떤 행사

어떤 행사장에 다녀왔다. 오후 7시 시작하는 행사는 6시 45분경의 식전 행사를 서막으로, 7시에 본 행사를 개막하였다. 1부 행사가 끝나는 시각도 7시 40분 정도로 별 무리가 없었다. 처음에 의도했던 시간계획대로 잘 맞아들어 가는 행사였다.

많은 행사장에서 그 서두가 길다는 것은 모두가 원치 않는 일이지만, 아직도 그 답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의 행사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석한 시의원 6명(?)을 일일이 불러 내빈으로 소개하고, 시의회 의장과 시장을 소개하고, 도의원 2명을 소개하고, 농협 시지부장을 소개하고, 국회의원과 문화재단의 상임이사 그리고 문화원장을 소개하였다. 물론 본 행사의 주인인 예술인 단체장과 각 분과협회장, 그리고 광역단체협회장의 소개도 있었다.

이런 행사에서 지역의 인사들을 내빈으로 소개하는 것까지야 문제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따지고 들자면 그들이 내빈(來賓)으로 왔으니 글자 그대로 손님에 속하여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되는 장소가 바로 이런 행사장이다. 초청받지 못한 객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제격이고, 초청받은 손님은 여기에 축하를 더하면 합당할 것이다. 양보를 하여 행사를 진행하기 위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부서이니 그에 대한 예의상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그냥 예의상이라고 하면, 사실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있다. 그래서 예술인들의 잔치마저 정치인들이 낯 내세우는 장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관계상 더 많은 내빈을 소개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면서 어찌하여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는지 모를 일이다. 소개를 하는데 뜨거운 박수로 일일이 환영한다는 것은 이제 넘어서야 할 만큼 성숙한 우리들 아니던가.

박수를 치는 것이 건강에 좋고, 즐기러 온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관점에서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자신이 판단하여 박수를 칠만 할 때의 이야기로, 박수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차라리 편히 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더구나 앞으로 잘 도와달라는 의미로 뜨거운 박수를 친다는 것은 정말 그 사람에게 아부한다는 발언에 가깝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공정하게, 정말 합당한 곳에, 여러 사람들이 혜택을 보도록 골고루 분배되는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것을 판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선거철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하며, 많은 표가 서민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서민이 원하는 곳에 지원하며, 약자들도 잘 사는 고장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일까. 행사장은 예술인들의 잔치인데 많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 미래의 예술인들임은 분명하지만 식장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그래도 뭔가를 알만한 중고등학생이 왔다갔다하면서 시야를 가리는 일들을 보면, 분명 계산된 박수부대라는 확신도 들었다. 기왕에 행사를 하였으면 관중이 많아야 함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하여 눈을 가린다면 앞으로도 계속하여 잘 못된 판단을 하며 공정하지 못한 분배를 할 것이니 이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수를 받는 몇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축하해줄 때 박수치기를 원한다. 축사하러 올라올 때 박수를 치고, 축사를 마치고 내려갈 때 박수를 치는 것은 좀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거기다가 자리로 돌아가 앉을 때에도 박수를 쳐서 계속하여 관심을 가지고 잘 지원해달라는 부탁을 유도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냉정하게 돌이켜볼 때 그런 박수를 받는 사람들은 시장이나 군수 등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이 박수를 많이 받아서 정말로 좋은 행사로구나 하고 생각을 한다면 그는 세상을 바로 볼 줄 모르는 사람에 속한다. 지도자는 박수소리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작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어떤지를 돌아보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지혜가 있는 지도자들은 1부 개막행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바쁜 일이 있다면 자리를 뜨지 않는다.

지도자는 어떤 행사에 지원을 해야 하는지, 어떤 행사장에 남아있어야 하는지, 어떤 행사장에 가지 않아도 되는지 잘 판단하여야 능력있다는 평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하여 얼굴을 비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며, 행사 관계자는 이를 빌미로 지도자를 불러대는 것 역시 온당하지 못한 처사다.

그렇다면 행사 주최자는 뭔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매 번 똑같은 형식으로 소개하고 박수치고 끝나는 개막식이 아닌, 진정한 의미가 담긴 행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