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膳物)은 어떤 것인가.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가 처음 학교에 입학하였을 때 책가방을 준비하고 신발주머니도 준비한다. 이런 물건은 필요한 때에 꺼내 쓰거나 담아두라는 뜻으로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추석을 맞으니 예전의 선물과 비교하여 여러 생각들이 떠오른다. 요즘은 나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없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도 선물은 오고간다. 어느 기업체에서는 노조를 통하여, 어느 단체에서는 서로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기도 한다. 이때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비용을 내고 해당 소속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또 받는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군부대에 주어진 위문품이나 하달품, 재난을 당한 주민이나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되는 물품, 보육원이나 경노당에 배당되는 성의물품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말하자면 가진 자나 형편이 나은 사람, 혹은 보살펴야 할 친권자나 책임자가 베푸는 형식이다. 그래서 선물은 받으면 받을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선물은 주는 사람에게 부담이 안 가며, 받는 사람도 답례를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받을 수 있는 그런 선물이어야 한다. 물론 평소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게 성의를 표시하여 고마워하거나, 어르신들의 보살핌에 감사하는 마음의 선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것들은 진정한 선물 바로 착한 물품이라는 해석이 맞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선물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는 마음의 정성이 깃들여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면에 주어서는 안 될 선물도 있는 게 현실이다. 항상 신세를 지고 보살핌을 받았다고 하면서 특별히 선거 때가 되면 주는 선물이 그렇고, 평소 가르침을 받아 스승으로 모신다고 하면서도 진급 때가 되어서야 주는 선물들이 그렇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부족한 자가 풍족한 자에게, 어려운 사람이 윤택한 사람에게 주는 것들로 정성스러운 선물에 해당되지 않는 것들이다. 무언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바란다는 의심을 품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도 특정한 때에 선물을 받아보았기는 마찬가지다. 그중에는 거래처에서 가져온 선물도 있었고, 하급자가 가져온 선물도 있었다. 그중에는 택배나 지인을 통하여 전달되었는데, 어쩌면 보답을 기다리는 듯한 인상의 선물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 다 그랬다고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내가 직접 거래처에 들고 가서 반환한 적도 많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경우로는 당시 상시거래 업체가 가져온 것을 반환하고 오히려 하도급업체 직원들에게 선물을 하였던 것이다. 그 뒤 거래업체 사장으로부터 식사대접을 받기는 하였지만, 발주자로부터 선물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 감격하였다는데 그것마저 뿌리칠 수는 없었다. 물론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혹은 선물을 반환하였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었다거나 유리하도록 결정한 경우는 결단코 없었음도 덧붙인다. 외람되지만 나는 선물이라면 상급자 혹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선물이 마음먹기 따라서는 좋은 약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간의 서먹하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거나, 매일같이 고마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형편상 그에 보답하지 못하다가 특정한 날에라도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들이 그렇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뒤돌아보는 선물이라면 생각해보아야 한다. 주는 사람은 좋은 마음으로 보낸다 하더라도 받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며, 더구나 다음에 어떤 관계로 얽히는 사이라면 좋은 뜻이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선물을 하기 어렵다고 하는가 보다. 물론 그들의 상당수는 금액의 과다나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는 선택의 문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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