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 만의 폭우 뒤에 숨겨진 지도력
올 여름 장마는 길고 많은 비가 내렸으며, 장마 뒤에도 국지성 호우와 태풍을 비롯하여 많은 비가 내렸다. 이때 서울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107년 만의 폭우라고 하면서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재해라고 하였다. 또 대통령은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감당해낼 도시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서울시 감싸기에 나섰다. 정말 그랬을 것이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린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지낸 해에 입었던 수해를 거울삼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였었는데, 이를 다 실행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많은 비를 만났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라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망각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의 보도처럼 자신의 책무를 평년값이라는 통계에 묶어 집중호우에 떠내려 보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또 과거를 보면서 대책도 없이 말로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유엔이 정한 물 부족국가라고 한다. 이 말은 유식한 지도자들이 무지한 국민을 길들이기 할 때에 사용하는 말이며,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이 파괴되어 어떤 재난이 올지 모른다는 엄포성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온실효과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럼 이것들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보통의 일기예보는 과거 30년간을 평균한 평년값으로 비교하는데, 과거를 보면서 현재를 비교하니 그런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이렇듯 과거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를 토대로 미리 준비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지도자들의 책무라 할 것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는 조만간 인구감소국가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영토도 좁은 데 인구마저 줄어들면 그만큼 우리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따라서 소위 말하는 지도자들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한다면 인구를 늘려 나라를 살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진정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는 한지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현재의 지도자들은 자기가 똑똑하고 현명한데 국민들은 무식하고 의식이 부족한 줄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이 입안한 계획에 대하여 국민들은 무조건 따르면 된다고 어르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이것저것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데로만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도자들의 청문회를 보면 가관이다. 자신이 한 일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국민이 했다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발상이 우습지도 않다.
그들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걱정하였었다면 이번에 내린 107년 만의 폭우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 잘난 머리로 그 잘하는 통계를 거울삼아 107년 만의 폭우가 내릴 것을 알아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냥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좋은 비의 예측이 아니라, 아열대기후로 바뀌면 그에 따른 환경변화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도 짚어냈어야 한다. 거기까지 알아내기는 무리라고 한다면 그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무식한 국민들과 다름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자인하는 셈이다. 밥만 먹으면 자나깨나 국민들을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예측도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며, 향후 다가올 물부족 국가가 어떻고 지구 온난화는 물론 우리나라의 아열대기후를 운운하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 딸이 친구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어서 법을 위반했다는 사람들이나, 당시 그러한 사항들을 잘 몰라서 그랬었다는 사람들은 국가의 백년대계가 아니라 자신의 일년소계를 위하여 일한 사람들이다.
다시 돌아보아 세계 인구밀도 4위였던 대한민국이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한 것까지는 좋았었다. 그러나 흥부를 빗대면서 생기는 대로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든지,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말은 국가의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이런 과거를 거울삼아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대책이라든지, 아열대성 기후가 오면 발생할 수 있는 환경변화에 대비한다든지 하는 국민들의 몫이 아니다. 나 같은 무지랭이도 생각되는 일을 그 잘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다면 지도자의 자리를 내 놓는 것은 물론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책무! 사전에서는 직책과 임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을 풀어보면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여 그에 대한 의무를 다 한다는 말이다. 예전의 임명제에 비교하면 지금의 선출제에서는 잘할 만한 사람을 뽑고 그에 대한 감시방법으로 잘하지 못할 경우 소환하여 따지는 제도가 있다. 비록 백년대계는 아니더라도 주어진 임기동안을 내다보는 중계획에는 속한다.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국민들은 국가를 잘 보존할, 국가를 더욱 계승 발전시킬 지도자를 선출하여야 하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나는 선거를 잘 하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누가 선택되었든 그 지도자는 소임을 다하여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 책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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