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닭이 날개짓하면

꿈꾸는 세상살이 2013. 5. 15. 17:02

 

토끼산이라는 작은 언덕이 있다. 이 곳의 야산을 개간하여 밭으로 만들었는데 소출도 문제지만 일할 사람이 없으니 농사도 만만하지가 않다. 밤나무 밑이며 감나무, 매실, 뽕나무, 복숭아나무 밑을 포함하여 그냥 묵혀둘 수는 없으니 이제는 토종닭을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가족끼리 잡아 삼계탕이라도 할 요량으로 키웠는데, 어차피 키우는 것은 한 마리나 두 마리나 차이가 없으니 여러 마리를 키우자고 하였다. 그것도 50여마리로. 그런데 그것이 다 크기도 전에 하나 둘 없어져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야산에 그냥 놓아두니 족제비가 오는지 개들이 장난하는지 모르지만 하루에 세마리씩 죽어있을 때도 있었다. 거기에 야금야금 잡아 삼계탕을 끓인 것도 적지 않으니 이제는 잡아 먹기도 아까운 수가 되었다.

 

이참에 닭대신 계란을 먹어보자는 심산으로 알을 삶아보니 이게 웬일인가. 노른자가 노르다 못해 싯노랗다. 일반 산란계의 계란은 노란 색이지만 그와는 색깔이 확연히 구분된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지나쳤는데 자세히 보니 진홍색에 가깝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일반 판매용 사료를 전혀 먹이지 않았고, 완전히 식당에서 나오는 부산물로만 먹이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밭에서 나는 곡식의 부산물과 푸성귀 조각도 사료를 대신하였다. 물론 항생제도 먹이지 않았고, 자기들이 흙을 파 얹고 뒹굴면서 놀면서 크다보니 면역력이 강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루종일 운동을 하다보니 육질이 쫄깃쫄깃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그 체격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덕분에 벌레들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리 근육을 보더라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정도다. 어찌나 힘이 세고 빠른지 어머니 아버지는 계란을 찾아 오실 뿐 닭을 잡지 못하신다. 하나 둘 모은 계란을 동네 수퍼에 갖다 놓으니 서로 달라고 야단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라고 미리 주문을 하는 정도다. 지금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토끼산 방사 산닭이라는 상표를 붙이고 판매하고 있다.

 

 며칠 전 닭들의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놈 들이 사람과 사귀기를 싫어하여 살금살금 다가가면 벌써 저 만큼 멀어져 있다. 한번 날개짓을 하면 날아다니는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닭털도 그렇거니와 털 속에 들어있는 흙들이 한바탕 안개를 만든다.

이쯤되면 시도 때도 없이 삼계탕을 먹어보자고 말을 할 형편이 안 된다. 이정도 토종닭이면 기본이 3만원이며 조금 큰 것은 한 마리에 4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하니 말이다.